지적장애여성 강압수사 관련 국가인권위 권고에 대한 유감

지난 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영아유기치사 사건 수사 과정에서 미성년 여성 지적장애인에게 강압 수사를 해 허위 진술을 강요한 ○○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2007년 10월 10일, 경기복지시민연대 등 경기지역 복지시민단체는 ①미성년이며 여성인 지적장애인(2급)을 보호자 동석 없이 노숙인 남성의 거짓 진술에만 의존하여 강압수사를 해 거짓 자백을 받아낸 점 ②경찰과 검사는 피해자가 DNA 검사 결과 살해된 영아의 친모가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계속 강제 구금한 점 ③피해자가 여성임에도 남성경찰관 4명이 연행한 점 ④피해자 체포 사실을 피해자의 보호자에게 늦게 통지한 점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강압 수사로 허위 진술을 강요한 경찰을 징계하라는 이번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먼저 환영한다.

그러나 ▲진정 내용 4건 중에 경찰의 강압 수사에 대해서만 권고 조치한 점 ▲수사를 지휘한 검찰을 제외한 점 ▲진정한 지 15개월이나 지나서 입장을 정리한 점은 인권위 감수성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특히 수사를 지휘한 담당 검찰에 대해서 침묵한 점은 인권위가 또 한 번 한계를 자인한 것이다.

이번 인권위 권고에 대해 논평을 낸 경기복지시민연대에 따르면, “DNA검사가 이루어지고 이틀 뒤 국과수로부터 친모관계가 아님을 구두통보를 통해 확인하였음에도 피진정인인 검사는 ‘구두 통보만으로 피해자를 석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주거가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석방하면 도망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석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과학적인 수사 결과로 혐의를 벗은 피해자임에도 조속히 석방하지 않아, 결국 14일이나 강제 구금한 것이다.

현행 헌법에서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제27조)고 명시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에서도 “형사 범죄로 소추당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변호를 위하여 필요한 모든 장치를 갖춘 공개된 재판에서 법률에 따라 유죄로 입증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11조)로 천명하고 있다.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서 천명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검찰의 행태에 대해 인권위가 언급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민중의 지팡이에 대해 인권위마저 침묵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고통 받는 약자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인권위가 눈치 봐야 할 대상은, 막대한 권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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