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전동차에 몸을 던져야했던 한 장애인 가장의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의 장애인 삶의 현주소입니다. ⓒ박종태

경제가 어려우면 장애인들이 가장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IMF위기 때도 그랬지만, 장애인들은 명퇴 1순위로 지목됩니다. 공기업을 다니다가 지난해 12월 명예퇴직을 당하고 자살을 기도한 지체장애 2급 박모(54)씨의 슬픈 사연이 가슴을 울립니다.

박씨는 지난 19일 지하철 1호선 석계역에서 달려오는 전동차에 뛰어들어 크게 다쳤습니다. 곧 바로 인근병원으로 후송돼 목숨은 건졌는데, 오른쪽 팔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두 다리에 장애가 있었는데, 오른쪽 팔까지 잃어버려 장애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박씨는 명예퇴직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지난해 12월말 사표를 내면 6월말까지 월급지급을 하고 그 때가서 사표 수리를 하기로 회사 측과 약속하고 집에서 쉬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병원치료를 계속 받던 중이었는데, 사고 당일에도 병원에 갔다 오겠다고 부인과 마지막 전화를 한 후, 자살을 하려고 전동차에 뛰어 든 것입니다. 사고 후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 식사와 치료 거부를 하고 있어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장애인들이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경제위기는 외부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하지만, 경제가 안 좋을수록 민심은 흉흉해지기 마련입니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의 민심도 좋을 리가 없습니다.

MB정부가 지난 2월 25일로 1주년을 맞았는데요. 민주당 장애인위원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애인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고, MB정부 장애인정책을 평가했습니다.

이제 1주년이기 때문에 평가를 한다는 것이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아닙니다. 가장 의욕적인 정권 초기부터 장애인정책을 외면한다면, 정권 내내 장애인정책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타는 장애인들의 민심은 MB정부의 장애인정책은 낙제점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공약을 지킬 의지나 관심이 부족하다”고 평가했고,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윤삼호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장애인 인권 정책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2009년 장애인복지예산은 대표적인 평가의 척도입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소장은 “이명박 정부는 능동적 복지를 천명하면서 예방적, 통합적, 맞춤형 복지 등을 천명했으나 2009년 정부 예산에 장애인복지예산은 적극적으로 배정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장애인계가 큰 기대를 걸었던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무력화 위기는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장애여성공감 인권센터 김광이 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실용정부의 칼을 맞고 존재감이 상실될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행정안전부의 국가인권위 축소 시도는 MB정부의 장애인인권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물로 제시됐습니다.

이와 관련 전국 법학교수 250명은 "행정안전부에 의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지난 25일 발표하고, 행정안전부 장관 면담요청을 했습니다.

약 이틀에 걸쳐 250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지난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로 이렇게 많은 법학 교수들이 단체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장애수당을 횡령한 비리 공무원들의 소식은 장애인 민심을 더욱 흉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장애인시설 비리를 척결하라고 외치던 장애인들을 쫓아내고 핍박하던 공무원들이 뒤로는 장애수당을 챙기고 있던 것입니다. 조금 더 파보면 더 많은 비리가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것이 바로 장애인들의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얼마나 열악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요? 이번 주 발표된 2008년 특수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옮겨보겠습니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8만 9천여 명 중 1만 7천여 명은 아예 특수교육 대상자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애학생의 20%는 학교 문턱도 못 밟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이라는 단추를 꿰지 못하면, 취업도, 결혼도 어긋나버립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지난번 주간브리핑을 통해 전해드렸듯이, 월 20만원 짜리는 일자리가 아닙니다. 장애인일자리라고 해서 임금이 낮아도 되겠지 생각하는 것인가요?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어려운 장애인부터 챙기려는 모습을 보여야합니다. 제발요.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