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열한번째 행군.ⓒ한국DPI

지난 8월 19일 반시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13명의 장애인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일간 강원도 강릉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춘천, 남양주 등을 거쳐 오는 30일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과 인권침해·유린 등의 현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토대장정을 공동주관한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자료협조를 받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8월 29일, 작성자: 이종욱 제3기 국토대장정 부대장

복지회관 강당 커튼을 젖혔다. 불투명 유리창이라 밖이 안보인다. 화장실로 가서 창문으로 밖을 보니 제법 비가 쏟아졌다. ‘그림 좀 나오는 행진이 되겠군...’하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인 것 같다. 짐들을 챙기고 아침식사 대용으로 어제 먹다 남은 피자와 치킨, 빵을 먹었다.

복지회관 현관으로 내려왔을 때 비가 좀 그치는 듯하더니 천둥 번개와 함께 더 강해졌다. 심규봉, 김정호 대원과 나는 우비를 안 입고 가기로 했다. 우린 돌격대원들이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곧 우리는 행진을 시작했다. 오늘은 남양주제1시청 앞에서 지역결의대회가 진행된다. 지난번보다 많은 센터가 함께하길 바랬다.

비를 맞으며 행진을 시작했다. 비 맞는 걸 좋아하던 나는 유독 신나서 평소보다 더 소리도 지르고 구호도 외쳤다. 목소리도 더 우렁찬 느낌이다. 신나게 비를 맞으며 달린지 얼마 안 되었지만 옷이 흠뻑 젖었다. 바람도 강해서 솔직히 처음에는 살짝 추웠다. 곧 괜찮아졌지만..

이제 우리한테 10여킬러미터는 우습다. 2시간 여만에 남양주시청에 도달한 우리는 잠시 후 구내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사람이 많으니 일찍 먹으라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조금 일찍 내려갔다.

시간이 11시 30분이었는데 식당이 꽉 찼다. 여기 공무원들은 밥 시간만 기다리나 싶을 정도였다. 어쨌든 우린 한쪽에서 식사를 하고 로비로 가서 휠체어를 충전하며 시간을 때웠다.

1시 30분 이후가 되자 다른 단체 사람들이 한분 한분씩 오셨다. 2시가 되어 지역결의대회가 시작되었다. 시청 공무원들도 옆에 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한동식 경기DPI 사무처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이영석 대장의 여는 발언으로 본 지역결의대회가 시작되었다.

이어 지지발언에는 채홍영 구리IL센터 소장,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 홍점표 강서길라IL센터 소장 순으로 수고해주셨다. 그리고 임민철 대원이 선언문 낭독으로 오늘의 지역결의대회를 마쳤다. 간단히 인사들을 나눈 후 우리 본 대원들은 다시 행진을 위해 줄을 섰다.

경찰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구리시로 넘어가는데 좀 민망했다. 우리가 지나가는 길목은 전부 신호를 잡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길도 좁은데 시민들에게 좀 미안스러웠다. 오늘의 숙소인 구리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도착하였고 내일도 구리시 안에선 이렇게 에스코트 해주시겠단다. 빠르게 이동하니 편하긴 한데 철판을 깔아야겠다.

복지관 운영시간이 끝나지 않아서 우린 밖에서 수다를 떨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복지관 뒤에 닭갈비집으로 이동했다. 5명, 4명씩 두 테이블을 잡고 앉아서 먹었다. 오늘은 부실한 식사에 연속이라서 맛있게 잘 먹고 밥도 볶아 먹었다.

그런데 이영석 대장이 대장이라는 이유로 대원들은 볶음밥 먹이고 혼자서 막국수를 시켰다....ㅡㅡ;; 볶음밥을 다 먹었을 쯤 KBS제3라디오에서 생방송 인터뷰가 약속 돼있어 두젓가락먹고 조용한곳을 찾아 갔다. 남은 막국수는 막내 김정호 대원이 해치웠다.(대장님 쌤통~)

식사를 다 한 후에야 짐을 챙겨서 숙소인 강당으로 올라가려는데 지태환 본부장이 지지방문을 오셨다.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고, 짐들을 정리하고 오늘은 일찍 전체 평가시간을 가졌다.

저마다 돌아가며 시작부터 오늘까지의 소감 및 바라는 점 등을 얘기 했고, 시간이 짧아 아쉽다고 말하는 대원들도 많았다. 물론 총괄스텝인 황석재 대원은 벌써부터 홀가분해하는 눈치였다.

평가를 마치고, 대원들은 씻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채종걸 전 한국DPI회장과 조윤근 국장이 지지방문 오셨다. 잠시 그간의 여정과 상황들을 들으셨고 대원들을 격려해주셨다. 그리고 곧 돌아가시기 전에 후원금을 주셨고, 또한 한약을 한제씩 지어주시기로 약속하셨다.

이제 대원들은 각자 할 것들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내일은 마지막 날이자 서울 입성한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에서 해단식을 갖는다. 길면 긴거고 짧으면 짧은 우리 ‘제3기 중증장애인 국토대장정’의 마지막 행군이자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김정호 대원.ⓒ한국DPI

심규봉 대원.ⓒ한국DPI

남양주지역결의대회 사회보는 한동식 경기DPI 사무처장.ⓒ한국DPI

지지발언 하는 채홍영 구리IL센터 소장.ⓒ한국DPI

지지발언 하는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한국DPI

지지발언 하는 홍점표 강서길라IL센터 소장.ⓒ한국DPI

선언문 낭독하는 임민철 대원.ⓒ한국DPI

남양주지역결의대회 단체사진.ⓒ한국DPI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