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회룡포 가는길에 있는 가오실공원에서. 민박집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민솔희, 박종균씨. ⓒ민솔희

#5. 결혼의 방해자는 장애가 아닌 장애인이라는 생각

1.아내 민솔희가 말하는 장애인의 결혼

아내 민솔희씨는 세상을 향해 자신을 외칠 줄 아는 남편이 한 인간으로서 존경스럽다고 말한다. ⓒ민솔희

장애인, 세상 속으로 맘껏 뛰어 들자!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융화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장애인들이 맘속에 담고 있는 생각일 뿐이다. 그때 배드민턴 모임에 장애인들이 참여 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도 장애인들과 이렇게 가까이 지내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 운동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하고 함께 여행도 가고 날마다 그렇게 부딪기며 우리는 오빠도 되고 동생도 되고 그렇게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되어 갔다. 그들이 아직도 세상의 시선이 두려워 방안 한구석에서 세상을 가슴의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그들에게 세상은 내 것이 아닌 평생 남의 것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장애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라고! 그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많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도 나와 같은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삶의 여행도 사랑과 결혼도 결국 그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능력과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을 발전시켜나가고 가꾸는 노력 또한 필요하리라 본다.

장애를 바라보는 기준은 나의 두 눈과 가슴에 있다

함께 배드민턴을 했던 오빠 중 한 사람은 장애인스키 국가대표 선수이다. 내년 캐나다에서 열릴 동계올림픽을 위해 합숙훈련 중이다. 내게는 오빠이고 남편에게는 아끼는 동생이다. 솔아, 솔아 부르던 오빠는 이제 날 형수님이라고 부른다. 비장애인들 생활에서도 어떤 모임에서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하나하나 발전해 나가는 사람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듯 장애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늘 같은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해가는 장애인들보다는 뭔가 노력하고 발전해가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가고 응원을 하게 마련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배드민턴을 했던 우리 모임에서 남편과 스키선수인 그 오빠는 모든 회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생활했다.

처음엔 운동하는 회원이라는 시선 보다는 장애인이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 바라보던 회원들도 어느새 그저 같이 운동하는 회원의 일원이라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장애를 바라보는 기준은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이 아닌 나의 두 눈에, 그리고 나의 가슴에 있는 것 아닐까.

비장애인의 장애인과 결혼하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장애를 바라보는 기준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기준에서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결혼을 한다고 하면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런 결정을 했니’‘네가 제 정신이니’라는 말부터 듣게 된다. 하지만 나의 결혼생활과 같이 비장애인에 석사졸업까지 하고 내놓으라는 엘리트직장인과 결혼하고 나면 그래 잘했어 라고 하다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모습, 이혼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사람이 그런 줄 몰랐어. 그 사람 제정신이니’ 이렇게들 말한다. 뭐가 다른가. 아니,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가? 나는 모든 결정의 중심에 ‘나를 두자’고 말하고 싶다. 나의 행복, 나의 선택에 대한 존중, 나의 만족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처음엔 반응이 결코 좋지만은 않았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저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박수 보내주고 응원을 해준다. 지금의 내 남편은 내게는 장애인이 아닌 그저 나와 같은 한 인간이고 날 많이 사랑해주는 한 남자일 뿐이다. 세상을 향해 자신을 외칠 줄 아는 그 남자가 난 한 인간으로서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아내에게 무한히 넓은 가슴으로 대할 줄 아는 그 남자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2.남편 박종균이 말하는 장애인의 결혼

남편 박종균씨는 장애라는 반대명분을 바꿀 수는 없지만 더 큰 찬성할 명분을 만들 수는 있다고 강조한다. ⓒ민솔희

내게도 우산을 받쳐 줄 아내가 생겼어요!

남부지방부터 장마가 시작되고 있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휠체어생활을 하고부터 더운 날씨가 더 힘들어 졌기 때문이며, 비가 오는 날 외출할 때 우산을 사용 할 수 없어 더운 날씨보다 비오는 날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우산은 사치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우산을 들고 휠체어를 밀기가 어려운 사람에게 팔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 비오는 날 휠체어용 우산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비오는 날 나에게 우산을 받쳐 줄 사람이 생겨 더 이상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바로 결혼을 했고 아내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는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이 휴가를 나왔었다. 결혼을 결심하고 꽤나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 처가의 반응과 아이들의 반응이었는데, 아들 녀석에게 아빠가 결혼을 해야겠다고 이야기 했더니 처음에는 좀 당황하는 듯 했지만 곧 지인들에게 아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 보니 ‘아빠가 열한 살이나 어린 검도관장님하고 결혼을 하신다는데 아빠는 도둑 중에 상도둑 같아요’ 라고 말하며 웃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결혼은 사과나무를 심고 가꾸는 마음으로

에이블뉴스에 러브코치라는 이름으로 장애인결혼에 관한 기사가 올라오고 아내가 그 글을 쓰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다. 장애인에게 결혼이라는 것은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임에는 틀림없지만 비장애인이라고 모두 결혼을 잘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직업을 가지는데도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조금 더 기회가 적듯이 결혼도 장애인들에게는 그 기회가 좀 더 적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결혼을 하지 못해 애쓰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나 사랑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결혼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사과나무를 심고 가꾸는 데는 관심 없고 사과 먹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처럼 말이다.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어 함께 생활하는 것이므로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혼할 준비를 해야 하고, 사랑할 대상을 만나야 하며, 또한 결혼을 하고 싶을 만큼 사랑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은 많이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 결혼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거나, 사랑할 대상을 만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결혼만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사과나무를 심고 가꾸지 않고 사과만 먹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장애인, 결혼하는 방법

지난해 모 장애인관련 단체에서 강의를 할 때 결혼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강의가 지루해질까봐 양념으로 넣은 내용이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었다. 그 내용을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결혼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열심히 긍정적인 인생을 살며, 호감형 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본인의 확실한 가치관과 미래의 계획을 가지는 것이 결혼하기 위한 최소 전제 조건이다. 결혼은 단식게임이 아니고 복식게임이다. 결혼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사랑을 하거나 결혼상대자를 만나야 하고 또 그 상대가 나를 좋아할 조건을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장애가 있을수록 그 장애로 인한 단점 보다 더 많은 장점을 내가 가지고 있어야 상대가 나를 좋아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결혼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집단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나에게 적합한 상대를 찾고,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그렇다는 확신이 설 때 두려움 없이 내 감정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보통 결혼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감정은 무시하고 본인의 감정에만 충실하여 상대가 준비도 되기 전에 결혼이야기를 하여 좋던 인간관계마저 단절되는 경우가 있다.

셋째,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결혼해서 꼭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며, 상대가족을 만날 때 당당하고, 비굴하거나 거짓행위를 하지 말 것이며, 장애가 있는 사람일수록 내가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좌절 하지 말고 내가 상대에게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 한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당당함이다.

특히 배우자 가족들은 새로운 가족이 장애가 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반대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라는 반대명분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반대할 명분보다 더 큰 찬성할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것 중에 하나가 당당함이다.

장애를 가지고 당당하기는 쉽지 않다. 무림에서 무예가 높지 않은 무사는 당당하기 어렵지만 고수는 언제나 당당 하듯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당당 하려면 무언가 본인이 당당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져야 한다. 그 장점을 가지기 위해 늘 자기개발을 하고 자기성찰을 하여 자존감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것이 결혼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 한다.

여행카페 및 여행칼럼 취재차 찾은 서천마량포에서. ⓒ민솔희

충주댐-갈수기에만 들어가거나 볼 수 있는 충주호변. ⓒ민솔희

민양과 박군이 운영하는 ‘장애인 여행’카페 : cafe.naver.com/okwheel

민양과 박군이 새로 시작하는 ‘민박집’카페 : cafe.naver.com/minparkjip

지금까지 [민박집 러브스토리]를 읽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민솔희&박종균 저희 두 사람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부부로 남기 위해 더욱 열심히 알콩달콩 서로 노력하며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민박집 러브스토리'는 민솔희씨와 박종균씨의 러브스토리를 줄여서 만든 말입니다. 에이블뉴스는 민솔희씨와 박종균씨가 직접 쓰는 민박집 러브스토리를 지금까지 총 5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민박집 러브스토리를 읽어주신 애독자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검도7단의 검도관장 민솔희와 척수장애1급의 박종균. 결혼이야기는 민(양)박(군)집 러브 스토리로 이미 알려졌다. 지금은 천안 나사렛대학교에서 더 많은 장애인들과의 희망 이야기를 꿈꾸며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장애인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애인체육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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