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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운전자에 대한 배려 없는 사회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6-28 13:38:17
지난 6월 2일 접촉사고 난 필자의 차량(사진 왼쪽). ⓒ고시현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6월 2일 접촉사고 난 필자의 차량(사진 왼쪽). ⓒ고시현
저는 청각장애인(농인)입니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지 20년 된 베테랑이기도 하고요.

운전자로서 제일 바라는 것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게 자기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기도 하고 눈앞의 일을 내다볼 수도 없죠. 저 또한 그래요.

지금까지 교통사고를 총 3번 당하였는데 2017년, 2019년 그리고 가장 최근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할 때마다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은 역시나 커뮤니케이션, ‘소통의 문제’입니다.

가해 차량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자동차 보험사와도 전화로 통화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힘들어요. 자동차 보험사에 제가 청각장애인임을 알려주어도 모두 대뜸 전화부터 해대는 통에 연락이 와도 저는 어떠한 대응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고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당한 교통사고에서도 많은 답답함과 분노를 느꼈기에, 며칠간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뉴스에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가해자인 청인 운전자 그리고 보험사도 앞으로 똑바로 처신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했던 날짜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일 오후 6시 45분이었죠. 여느 때와 다름없이 6시에 근무를 종료하고 퇴근을 위해 차를 몰았습니다. 사무실에서 저의 집까지는 산성터널을 기준으로 평균 40분 소요됩니다.

저는 평소처럼 산성터널에서 빠져나와 수영강변대로 쪽 2차선을 이용했습니다. 정확한 위치로는 반여동 중고자동차매매단지 건물과 파크랜드 건물이 있는 중간 지점이었는데요, 이 부근은 차량의 이동이 많은 곳이라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운전합니다. 속도도 40~60km 준수하고요.

이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2차선을 지키면서 40~60km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이미 앞에 차 2대가 앞서면서 차선변경을 하길래 양보해주었습니다. 거리도 제법 두었고요. 3번째 순서가 되어 이번에는 제 차례다 싶어 조금 더 앞으로 갔습니다.

도중에 갑자기 1차선에 있던 남색 티볼리가 끼어들었습니다. 티볼리와 제 차의 거리가 아주 좁아서 피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접촉사고가 나고 말았는데 그 차량 주인이 차에서 내리면서 뭐라고 한 줄 아세요? 보통 같으면 가해자든 피해자든 제일 먼저 해야 할 말이 “몸이 괜찮습니까? 다친 데 없습니까?”일텐데 이 차량 주인은 저에게 “내가 깜빡이 넣었는데!?”하면서 다짜고짜 목소리부터 높이는 것이에요.

그 말에 순간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저는 많이 놀라서 진정이 안 되고 있는데 저의 상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할 말만 계속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입 모양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기에 손짓으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전 귀가 들리지 않아요. 저희 엄마와 통화해주세요” 하니까 얼굴색이 변했어요. 이때부터 반말로 ‘전화번호! 전화번호!’ 하면서 자기가 오후 7시에 방송이 있는데 늦어졌다고 빨리 가 봐야 한다며 재촉했어요. 그리고는 휴대전화로 사고 현장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으니 저는 더 어이없고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차량 문을 열어보려고 했으나 잘 열리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저는 차에서 내려서 그 차량 주인에게 손짓으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제 휴대전화에 번호를 저장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현장도 같이 찍었습니다. 그리고 난 뒤, 그 차량 주인은 자기 볼일을 다 봤다는 듯 끝까지 사과 한마디도 없이 차를 끌고 바로 가버렸습니다. 저는 차량 상태를 한 번 더 훑어보고 귀가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어머니한테 사실대로 말씀드렸는데 많이 속상해하셨습니다. 끝내 그 차량 주인은 그날 하루가 끝나도록 어떠한 사과의 메시지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몸도 걱정되었지만 제 마음 상태가 더 걱정되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그 차량보험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청각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부터 해대는 ‘무성의’함이란.

너무 속상했어요. 결국 저는 근로지원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사고처리를 하였습니다. 한의원에서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제 상태가 너무 안 좋아 2~3달 정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 사고 차량 주인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청각장애를 가진 운전자라고 몇 번이나 말했음에도 여전히 전화부터 해대는 보험사들 정말 싫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운전자 관련 법령도 알아보았는데 청각장애 운전자에 대한 법령 하나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보험사도 그렇고,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도 그렇고, 청각장애 운전자를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도 같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장애인 운전자 관련 법령도 하루빨리 구체적으로 정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

그래서 제가 교통사고를 3번 당하는 청각장애 운전자로서 보험사는 수어통역사 채용하거나 농인 고객 전문 상담서비스 개설할 것과 정부는 청각장애 운전자에 대한 기본적 대책 마련 등이 포함된 관련 법령 개정을 요구합니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고시현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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