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겐 결코 즐겁지 않은 춘천가는 기차. ⓒ에이블뉴스/자료사진

2009년이 중반을 넘어선 지금, 유난히 코레일의 변화에 눈길이 간다. 지난 5월 1일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상행선 막차 출발시간이 기존의 9시 25분에서 10시 5분으로 40분 늦춰진 것을 시작으로, 8월부터는 지방에서 주말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가는 승객을 위해, 월요일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하는 KTX열차를 추가로 신설하여 철도이용객들의 오랜 숙원이던 '월요일 상행선 열차증편' 요구를 수용했다. 두 가지 사항 모두 사소해 보이지만 열차 이용객들에게는 선택의 편의를, 코레일에게는 수입 증대와 고객 만족이라는 이익을 얻어 양쪽 모두 윈-윈의 결과를 낳은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게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코레일이지만, 오는 9월 15일부터 경춘선에 한해 시행되는, '승객 유형별 좌석 분리발매' 제도는 휠체어를 타고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없는 우려가 있기에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15일부터 경춘선 이용객들은 3인 이상 단체 승객과, 1~2명 가량의 개별 이용객이 분리되어 열차표를 발매할 때, 3인 이상 단체 승객은 1호에서 3호차에 그 외 이용객은 4~6호차의 좌석을 배정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휠체어 이용객들에게 발매되는 3호자 64~65번 좌석은 조용하게 여행할 수 있는 일반 객실이 아닌 단체 여행객들의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춘천 가는 기차…그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떡하나

굳이 닭갈비라는 음식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청량리에서 성북 대성리 가평 경강역을 거처 춘천까지 달리는 경춘선 열차는 세대에 관계없이 대학시절 MT를 떠났던 곳으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엽기적인 그녀', '편지' 등의 영화가 경춘선을 배경으로 촬영이 이루어졌고, 가수 김현철이 부르는 ‘춘천가는 기차’ 는 기차역을 소재로 한 몇 되지 않는 가요 중 하나로 불릴 만큼 경춘선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역이다.

그런 만큼 주말은 물론 평일 낮에도 입석으로 가는 승객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경춘선에서 단체 여행객들을 위해 1~3호차가 별도로 지정된 만큼 가족 또는 그 밖의 사람들과 기차에 오른 승객들은 일행과 나누는 시끄러운 대화에서 어느 정도 자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홀로 혹은 활동보조인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열차에 오른 이들은 조용한 여행을 원하더라도 열차에 올라 있는 시간동안은 잠시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러나 그것보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무리 중 누군가가 휠체어 장애인석에 앉은 사람을 보고 ‘언제부터 다쳤느냐, 혼자 가느냐’로 시작되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장애가 이야기 거리가 되는 경우이다.

장애의 정도를 떠나 지나가면서 부딪히는 시선에 장애인들은 익숙해지고, 사람들의 시선 또한 예전의 그것처럼 집요하거나 호기심을 가진 눈빛은 아니다. 설령 그런 눈빛을 받더라도 잠시 동안만 참으면 된다. 엘리베이터가 와서 그 자리를 떠나거나 어떻게든 그 자리를 떠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열차 안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까지는 움직이기도 힘들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서 사람들이 장애에 대해 물어보거나 ‘--에 좋은 기관이 있으니 거기 한번 가보라’, ‘부모님이 고생이 많겠다’ 등등의 말들을 듣고 웃음으로 넘어가려면 아직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냥 길어야 두 시간만 참으면 그만’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미안하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지난 8월 하순, 코레일에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문의했다. 담당 부서인 여객사업본부와 통화하며 여러 말들이 오고 갔지만, 결론은 역시 '미안하다' 였다.

먼저 위 사항이 코레일 사장단까지 참석해 결정되어진 사항으로 번복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단체 승객들이 이용하는 3호차에 장애인용 좌석이 있어, 장애인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다른 객차로 장애인 좌석을 옮길 경우 역에 따라 승강장에서 대합실까지의 휠체어 이동거리 증가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한 2010년 말 경춘선 전철화 공사가 끝나고 경춘선에 전동차가 투입되면, 경춘선을 관할하는 부서가 여객사업본부에서, 수도권 전철을 관할하는 광역사업본부로 이관될 예정이어서 변경이 어렵다는 점도 덧붙였다.

2010년까지 결국은 참아야 한다

경춘선에 수도권전철이 투입되면 지금보다는 휠체어를 통한 이동이 수월해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휠체어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역사 내에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도 들어설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우리는 1년의 시간 동안 경춘선을 이용할 때마다 '조용하고 쾌적한 여행'을 포기하고 있어야 한다. 장애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단체 여행객들 틈에 섞여 열차를 이용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오늘도 내가 참는다'를 되뇌며 지내야 할까?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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