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승하차를 위해 장애인주차장 옆 공간을 비워놓은 수원시장애인복지관 장애인주차장. ⓒ박종태

저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으로서 자가운전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주차문제 때문에 비장애인들을 미워할 때가 참 많이 생깁니다. 저처럼 휠체어 이용자 중에 자가 운전자들에게 주차공간은 경사로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입니다.

많은 생활시설을 이용하다보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요즘은 법으로 장애인 주차공간을 비치하도록 되어 있어서 장애인 주차공간이 없는 대형 공공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주차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너무나 큽니다.

첫 번째로 가장 화가 나는 일이 장애인 마크가 버젓이 붙어있는 차에서 내리는 장애인은 거의 없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그 차를 이용하면서 본인이 장애인도 아니면서 이용하기 쉬운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서면에 있는 영광도서에 책을 사러 갔는데 주차할 공간이 전혀 없어서 주차장을 관리하시는 분에게 “장애인차량인데 주차할 공간이 없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관리인은 앞도 뒤도 안보고 없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할 수 없이 서면일대를 두 세 바퀴 돌고 있을 때 마침 영광도서 바로 맨 앞자리에 조금의 공간이 비어 있어서 재수라고 생각하고 차를 주차시키고 휠체어를 내리고 있을 때 아까 그 주차관리요원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모습을 보시고는 “아까는 정말 미안합니다. 이렇게 정말 휠체어 장애인인줄 몰랐습니다. 장애인마크 있는 차는 하루에도 수 십 대씩 보지만 그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한명도 장애인은 없어서 으레 그런 줄 알았는데 이렇게 힘든 장애인인줄 알았으면 어떻게라도 자리를 마련해 주었을 텐데 정말 미안합니다”하고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영광도서 안까지 휠체어를 밀어주시면서 사과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활하면서 겪은 일이지만 장애인인 저 또한 그런 경험이 너무나 많아서 그 아저씨의 행동을 이해했습니다.

가족이 장애인이라면 또 그 차를 장애인인용 차량으로 장애인 마크를 받은 분이라면 주위에 장애인의 불편함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신 분들이 꼭 그렇게 장애인 마크를 이용해야하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두 번째는 이런 경우는 거의 드문 일이지만 너무도 화가 나는 일이라서 날짜도 잊지 않고 있는 일입니다. 2007년 6월 30일의 일이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청도 운문사 근처로 언니들이랑 나들이를 가게 되어 대구 부산간 신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청도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장애인 주차장은 거의 빈곳 없이 채워져 있었고 다행히 한곳이 비어 있어서 차를 주차시켜놓고 휠체어에 옮겨 타면서 보니 바로 옆의 장애인 주차장에 장애인 마크도 없는 일반차가 버젓이 주차를 시켜놓고 거기서 차문을 열어놓고 무엇인가를 찾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가 장애인 주차공간 마지막 남은 곳을 이용을 했으니 다음에 들어오는 장애인차량은 이용할 공간이 없을 것 같아서 그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여기는 장애인전용주차공간입니다. 여기에 주차를 하시면 안 되는 데요"하고 공손히 말을 했더니, 그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 아주 언짢다는 눈빛으로 쏘아보면서 "알고 있어요" 하면서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무슨 참견이냐는 식으로 구시렁대면서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불쾌했지만 일행도 있고 해서 그렇게 말했으니 화장실을 갔다오면 차를 빼두었겠지 하고 볼일을 보러 갔다 왔는데 그때까지도 그 차는 여전히 그 자리에 주차를 시켜둔 채 사람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너무 화가 나고 배려가 무엇인지 모르는 그 젊은 아주머니가 미워서 차 넘버를 적고 있을 때 아까 그 아주머니 남편쯤으로 되어 보이는 남자가 어린 아기를 안고 차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못할 정도로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무슨 참견이냐는 정도로 눈으로 위협을 주고, 또 저희 일행도 '싸가지 없는 인간인 것 같으니 그냥 가자'고 재촉을 하는 바람에 그 자리를 나오긴 했지만 생각할수록 그냥 와버린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장애인주차장을 이용한 것이 잘못된 일인 것을 알고 있었다면 미안하다면서 빨리 차를 옮기겠다고 말을 하든지 아니면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피치 못하게 장애인 주차장을 잠깐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미안해하기는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장애인 전용주차장은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법으로 지정된 주차공간입니다. 그곳은 비어있어도 장애인들을 위한 비장애인들의 배려가 담긴 공간으로 비워두어야 합니다. 비장애인들의 무관심과 몰지각으로, 또 장애인 주차가능 마크를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정작 그러한 전용주차장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애인들, 그리고 그 공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이용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글은 에이블뉴스 독자 이현미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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