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TV조선 '탐사보도7'의 '5년의 기다림, 떠도는 장애아들'이란 방송을 보고, 이 나라가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손끝만큼이라도 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과제로 선정되었고, 대통령이 직접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임기 내 준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기가 끝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단 한 곳도 준공되지 않았다.

그나마 첫 삽을 뜬 대전어린이공공재활병원이 내년 준공을 앞두고 마지막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병원에 국비 100억 원, 시비 247억 원, 기업후원 100억 원 등 447억 원이 투입됐는데, 준공도 전에 벌써 운영비 걱정으로 준공돼도 껍데기만 남을 우려가 제기되고 재활 난민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소식만 들려온다.

병원 특성상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인데 지자체는 운영비를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보건복지부는 ‘아직 준공도 안 됐는데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 정부가 지원한다’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약속하고 창대한 계획을 수립했지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부지로 선정된 땅이 잡초만 무성한 곳도 있고, 재활병원으로 계획했으나 재활센터로 규모가 축소된 곳도 있으며, 아직 계획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지역도 있다는 것이다.

재활병원은 의사 5명, 50병상 규모, 재활센터는 의사 1명, 20병상 규모라는데, 재활병원은 환자 특성상 재활전문의와 다른 진료과 의사의 협업으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의사 정원이 5명인데, 재활센터로 축소되면 의사 1명으로 협업도 이뤄지지 않고 양질의 치료가 이뤄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어 재활 난민 해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도대체 왜 재활병원에서 재활센터로 규모를 축소했는가? 재활병원으로 환원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라.

재활병원은 뇌병변장애인, 발달장애인, 희귀난치성 장애인 등 중증·중복 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지방에는 병원이 없어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몇 시간씩 주로 엄마들이 운전하며 다니는 현실이다. 치료비도 만만치 않지만 대기자가 많아 정해진 기간만 치료받고 쫓겨나다시피 재활 난민이 되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치료받기 위해 전국의 병원이란 병원에 다 대기 명단에 놀려놓고 빈자리가 나면 치료받아야 하는 현실을 당국은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다.

재활병원을 떠도는 장애인과 부모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지켜보노라면 눈물겹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재활병원 건립 예산을 축소한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자기 자식 일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애초 계획했던 총 9개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계획 중 6개는 외래 중심의 재활센터로 축소한 수정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최소 17개 시·도에 1개 이상 재활병원 신축으로 재수정해 모든 장애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원할 때 언제라도 치료받을 수 있게 추진하라.

또 재활병원 운영비는 전액 국비와 지방비로 예산 편성해 부모들이 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재활병원 부지에 잡초만 무성한 채 버려진 곳은 당장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해야한다.

필자는 재벌 기업에도 재활병원 건립에 후원을 요청 드린다. 매년 대기업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후원금을 전달하는데, 그중 매년 50억 원씩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기금으로 지정 후원해 주면, 10개 기업 후원금 500억 원으로 재활병원 1개를 건립할 수 있으니 재활 난민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재활 난민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지 말고, 중증장애인 자녀 양육과 치료에 재산을 투자하고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 장애인 부모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 바란다.

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부모들도 납세 의무를 충실히 다 하고 있다. 말로만 소외계층 문제를 논하지 말고, 매년 예산 심의 때 지역구 예산만 챙기려고 혈안이 되는 정치인들도 재활병원 건립 예산부터 챙겨 주시기를 간절히 청원한다.

장애인 재활병원, 생명줄과 다름없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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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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