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단독보도 캡쳐.ⓒ방귀희

9월 23일 SBS 저녁 8시 뉴스를 보며 내 귀를 의심했다. 방송은 공익이 우선이라서 약자 편을 들어주는 것이 관례이자 정서인데 장애예술인 작품을 구매한 공공기관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단독 보도라는 단서를 붙여 호들갑을 떨었다.

그 내용은 청와대가 개방된 후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예술인 특별전에 전시된 작품 60점 가운데 25점이 판매됐고, 판매된 25점 중 8점이 문화부 산하기관에서 구매를 했는데 그것이 정부 물품관리법 시행령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정부기관이 아니라 공공기관이라서 시행령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예산 활용은 조금 더 자유롭지만 그래도 정부기관 시행령을 따라야 한다고 불법 근거를 제시하였다.

일반 전시회는 완판이 되지만 장애인 전시회는 거의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는 청와대 춘추관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 전시 작품의 42%가 팔렸다. 그런데 장애인 화가 작품을 사준 사람은 일반시민이 68%이다. 기자도 이번에 구매한 공공기관은 지난 5년 동안 장애예술인 작품을 포함해 예술품을 구매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기관이라고 하였듯이 장애예술인 작품은 판매가 되지 않아서 장애인화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2020년에 「장애예술인지원법」이 제정되었고 지난 9월 7일 장애예술인의 창작품 우선 구매를 골자로 한 ‘장애예술인지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장애예술인 작품을 공공기관에서 구매한 것이 이토록 지탄을 받을 일인가 묻고 싶다.

더블어민주당 임종성의원은 정부가 청와대 개방 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실상 강매를 시킨 것이 아닌가 의심을 했는데, 장애예술인의 열악한 현실을 이해한다면 실적이니 강매니 하는 비판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발언인지 부끄러워해야 한다.

SBS 뿐만이 아니라 ‘뉴스컷’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전시회가 김건희여사가 관여했다는 음모론으로 장애예술인을 정치적 공격 도구로 끌어들이는 치졸함을 보였다.

급기야 SBS가 마치 큰 비리를 저지른 양 보도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야박한 세상임을 실감했다. 공공기관의 장애인예술품 구매는 내년 3월부터 합법이고, 그 이전의 구매는 불법이라는 논리는 물은 아침에 먹어야 하니 목이 아무리 타들어가도 저녁에는 물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고문과 다름이 없다.

지금 막 시작하는 장애인예술을 이렇게 난도질하면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장애인예술품을 기피하게 될텐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예술인에게 돌아온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항상 피해는 약자 몫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구입하는 것은 장려해야 할 일임은 맞다’는 기자의 말에서 방송을 하는 기자의 인간적인 고뇌가 느껴졌다. 끄떡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번 방송은 3만2천여명의 장애예술인들에게 돌을 던진 최악의 단독 보도였음을 알고 SBS는 사과 방송을 하기 바란다.

*이 글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방귀희 대표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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