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아들은 불혹을 바라보는 1급 자폐성 장애인이다. 의사 소통은 물론 현관밖에는 혼자 나갈 수도 없고 24시간 보호자의 손길이 필요한 심한 장애인이다.

소득 한 푼 없는 성인이지만 부양의무 제도에 묶여 모든 건 부모 몫이었고, 부양의무 제도의 부분 완화로 2020년에 기초생활수급자(이하 수급자)로 선정됐다.

그 동안 아들의 모든 생활비는 물론, 낮시간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용하는 주간보호 시설 이용료까지 소득도 없고 재산도 없는 필자가 부담했지만, 수급자 선정 후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데 지난 7월 1일 아들 문제로 주민센터를 방문했더니, 수급자 담당 주무관이 안내사항이 있다며 서류 뭉치를 들고나와 상담실로 가자고 했다.

“2022년 하반기 의사무능력(미약)자 급여관리 서류 제출 안내”라는 제목의 내용은 ‘의사 무능력(미약)자에 대한 2022년 하반기 급여관리실태를 파악하고자 하오니 아래의 내용을 참고하시어 관련 서류를 기한 내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점검대상자는 무연고 장기입원자,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정신장애 및 발달장애인(심한), 치매노인, 18세 미만의 아동 등이며, 급여관리자는 급여를 지출한 경우 지출 내역 기록 및 증빙자료(영수증) 관리를 하고, 공과금 등은 자동이체를 적극활용하고, 급여지출은 체크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수급자 명의로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없는 등 체크카드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현금 지출을 허용하고, 현금 지출 시에는 지출 내역 기록, 영수증 보관 및 관리가 필수이며, 급여통장 입출금 내역서(2022.7.1~11.30까지 사용분), 또는 급여통장을 정리 완료 후 12월 8일까지 제출하라고 한다.

한마디로 급여 사용을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위에 열거된 장애인이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면 복잡한 절차와 수십만 원 비용을 들여 법원에서 판사의 심사를 통해 후견인을 선임해야 가능하다. 후견인 선임은 지금 시작해도 11월 말까지 안 될 수도 있다.

아들의 급여를 아내가 관리하니 아내 신용카드를 사용하겠다고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해 사용하고 있는데, 7월 중순에 전화로 가능하면 아들 명의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며 거의 강요하다시피 본인 명의 체크카드 사용을 재촉해 아들 급여통장인 시중 은행 지점에 전화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견인을 선임해 오라고 했고, 가까운 제2금융권에 문의하니 발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어디서든 1분도 기다리지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가서 난동을 부리다시피 하는 아들과 전쟁 끝에 겨우 통장을 개설하고 즉석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기는 했지만, 은행에 기다리던 고객들의 따갑고 멸시하는 듯한 시선은 고스란히 부모 몫이다.

평소에 장을 보면 주·부식비는 가족이 먹을 걸 한꺼번에 아내 카드로 구입 했는데, 이제는 아들 몫을 따로 지정해 먼저 아들 카드로 계산하고, 나머지는 아내 카드로 계산하는 번거로움은 일일이 지출 내역을 기록하고 영수증을 붙이는 작업과 비할 바도 아니다.

급여를 부모가 아닌 제3자가 관리할 경우 착취나 횡령 사건이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건으로 언론이 떠들썩 하다 보니 이런 감시를 하겠다는 발상을 한 게 아닌가.

그런데 부모가 관리는 것까지 감시하겠다는 이 발상은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알고 싶다. 부모와 생계를 같이하는 수급자라면 부모 재산이나 소득이 넉넉하지 않다는 증거인데, 자식 급여를 생활비에 사용하지 않고 유흥비나 일탈에 사용할 부모가 어디있겠나.

스스로 관리가 가능한 수급자는 급여로 유흥비나 도박으로 탕진해도 문제가 없고, 부모는 43만 여원의 생계급여를 착취하고 횡령한다고 의심하는 게 아니고는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없다.

왜 부모만 의심하고 그것도 장애인 중에서도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만 대상인가? 부모는 범죄자가 아니다. 발달장애인 자식을 죽는 날까지 돌봐야 하는 고통을 당국은 조금이라도 해소할 생각은 커녕, 오히려 규제를 철폐해도 모자랄 판에 규제를 강화해 또 다른 고통을 가중시키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이런 제도 도입으로 주민센터 일선 주무관들은 민원인의 폭언과 폭력,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데, 업무가 더 과중해 진다는 걸 모르나. 장관도 없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당신들은 탁상공론으로 지침만 만들어 지시하면 일선에선 분통을 터트리며 민원인들에 시달리고, 과중한 업무로 야근까지 하는 현실을 알고나 있나?

어느 고령 수급자는 딸과 함께 와서 이런 복잡한 서류를 내 밀자, "이런 거 안 받아도 먹고 사니 수급자 자격 반납하겠다"라며 서류를 집어 던지고 가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부모는 범죄자가 아니다. 오히려 제3자가 관리하는 급여관리를 강화하고, 부모가 관리하는 수급자에 대한 이런 비상식적인 제도 시행을 즉각 중단하고 부모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는 제도를 도입하라.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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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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