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발달장애 아이를 둔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가게를 운영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스럽게 활동보조사 지원으로 등하교 도움을 받는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아이가 학교를 마치면 아이를 데리고 가게로 온다. 그때부터 아이는 엄마 가게 한쪽에 자리를 잡고 주로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종종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집에 빨리 가자고 엄마를 조르기도 한다.

엄마는 손님들 눈치를 보며, 아이 돌보랴, 가게를 운영하랴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정도다. 오후 7시 전후에 지친 몸으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힘들기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가게를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이 경제 활동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이제 겨우 혼자서 신발을 신을 정도이다. 그것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왼발, 오른발을 잘못 신을 때도 있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가 그 정도라도 가능해진 게 기쁘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아이가 세상에 나가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을 하고 있어 치료하러 다니기가 여의치 않다. 아이 치료를 위해서는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다.

발달장애 아이가 엄마에게 건넨 선물. ⓒ최순자

엄마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내 아이 장애인활동지원사 역할을 할 수 없다. 법이 그렇다. 가족이 장애인활동지원사를 할 경우, 악용할 소지가 있음을 막기 위함이라 본다. 즉 제대로 아이를 돌보지 않고 지원금만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는 울먹일 듯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한다. “제대로 활동하고 있다는 근거를 댈 수 있도록 하고, 엄마도 자기 아이의 장애인활동지원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줬으면 해요.”

가족이 장애인활동지원사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 생각한다. 물론 부정하게 이용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지 않을 그런 경우를 염두 하고 무조건 가족 장애인활동지원사 금지는 불합리하다. 가족이라도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법 개정을 바란다. 장애 아이를 둔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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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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