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있어 없어선 안될 단어 ‘Help’. ⓒPixabay

가족 활동보조를 강력히 원하는 장애인도 있다

필자는 여러 차례 기고를 거치면서 활동보조서비스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끊임없이 꾸준하게 당사자의 입장에서 시행부처에 건의하는 심정으로 글을 써 왔는데 나아진 바는 없다. 그대로다. 되레 어떻게 보면 시작점이었던 2007년이 낫다고 느껴질 정도다. 물론 설마 그때보다야 낫지 않으랴마는 생각해 보면 2007년 당시에는 열정이라도 있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나 안 좋을까?

임금 및 인력부족, 당사자와 보조인을 위한 복지 미비, 컨트롤타워로써의 센터 역할 부족 등.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 사실 두세 번째 요소야 현실적 난관이 존재한다고 해도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임금 향상과 인력 확충인데 서비스의 특성상 단기간에 매칭이 종료될 수 있으므로 넓은 풀의 보유가 시급하고, 임금 문제야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이런 상황이 잘 해결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미동조차 없으니 이제는 결을 달리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단지 오랜 세월이 흘러 신뢰를 잃어서가 아니라 당장 오늘 하루가 급해서 그렇다. 하루가 급한데 인력은 없다.

또 가뭄에 콩나 듯 존재한다고 해도 나이 지긋하신 어머님이나 아버님 세대밖에 없다. 그나마 여성분들이 계신데 신변처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렇다고 늘 가사도우미로 부를 수는 없는 일, 남성분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여성분들보다야 신체적인 힘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연로하신 연령대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활동보조는 활동하는 행위 자체가 전부가 아니다. 장애인 자신의 몸을 전적으로 맡기는 믿음의 행위 또한 포함된다.

때문에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연로하신 상황이면, 장애인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다. 직접 겪은 사례 중 하나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한 센터에서 매칭 관련 연락이 아주 오랜만에(3년만인 것 같다.) 왔다. 그런데 연령대가 67세 어르신이었다.

슬펐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분은 유아 보조를 하고 계셨고, 성인 보조 경험은 없으셨다. 센터 내 코디네이터의 질문 하나가 참 인상 깊어 뇌리에 콕 박혀버렸는데, 그 질문은 바로 “죄송한데 체중이 어떻게 되세요?”였다.

곧 36살이 되는 아저씨라고는 하나 보조인의 역량에 맞춰 체중을 맞출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해서 앞서 말한 ‘결을 달리해야한다’는 것의 대안으로 가족 활동보조를 강력하게 제안코자 한다. 최근 가족 활동보조야 말로 이른바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필자는 1년여 전만 해도 가족 활동보조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밝혔었던 사람이다.

허나 워낙 인력황무지인데다 그로 인해 매칭이 되지 않는 이유로 가족 손에 의해 모든 도움을 받으므로 이럴 바에야 가족 활동보조를 원하는 인구에게는 이를 허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도 장애인의 자립 결여를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많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용자 본인이 독거의 형태를 띄지 않고, 그저 잠시잠깐 집을 떠나 있는 것만으로는 자립을 운운하기 힘들다.

지자체에 따라 같은 장애유형과 등급이라고 해도 주어지는 시간의 편차가 존재하는데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시간을 부여받은 이용자의 경우 사용하기에 따라 보름도 되지 않아 소진되기도 한다. 시간을 소진하고 나면 그 다음은 오롯이 가족의 시간이다. 무엇이 복지이고, 무엇이 자립인가.

인정하기 싫지만, 가족의 손을 빌려 생활해야 하는 최중증장애인은 차라리 보조인에게 쥐어지는 급여가 나와 훨씬 많이 생활하는 가족에게 주어지면 그나마 평생의 죄스러움을 아주 약간만이라도 덜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이도 많다.

또 나이가 들면 들어갈수록 여기저기 아픈 곳도 여러 군데 생기기 때문에 그의 따른 부담 역시 복지 체계가 현격하게 좋아지지 않는 한 보조인보다는 가족이 나을 것이다.

자립생활 저해 의견 이외, 반대의견도 있다. 가족 활동보조의 경우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인데 충분히 공감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 역시 존재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한 번 생각해 보자. 제대로 된 서비스의 기준이 뭔가? 이용자 본인이 만족하면 그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서비스다. 따라서 그 기준은 엄연하게는 다 다르고 정답 또한 없다.

어쩔 수 없이 나쁜 맘을 먹고 악용하는 사례는 적발해야겠으나, 지각과 감성을 갖고 있는 장애인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도록 놔둔다면, 그건 장애인 본인의 문제다. 이용자 자신이 주인의식을 지니고 적절히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 가족과 본인 모두 윈-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안전에 있어서도 안심할 수 있다. 가족은 이용자의 신체적 상태에 대해서는 베테랑들이다. 그러므로 이용자의 필요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 심지어 가족 중 도우미가 부모님이라고 해도 그 분들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요령과 방식이 존재한다. 같은 연령대라도 타인과 가족은 천지차이인 것이다.

본지 기사에서 발달장애인 정도만 가족 활동보조를 원한다고 하는 식의 기사를 접했는데 그건 아니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지체 장애인 역시 가족 활동보조를 원한다. 필요하다면 본지를 통한 외부 인터뷰 역시 마다하지 않겠다. (불러주셔야 가능하겠지만)

모쪼록 복지부가 해당 사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가족 활동보조를 허하는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더불어 반대하는 여러 장애인 여러분 역시 찬성하는 여러분의 생각을 경청해주셨으면 한다. 단순히 짐작으로만 ‘가족 활동보조는 자립저해’라는 식의 논리 말고, 현장에 목소리를 정책 결정의 지표로 삼아주시길 바란다.

정말 마지막으로 구호 하나 적고 글을 맺을까 한다.

#가족역시근로자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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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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