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서비스'가 '활동지원서비스'로 바뀐 지는 이미 오래 이고 요즘에는 '활동보조인'을 '활동지원인' 또는 '활동지원사'로 바꿔 부르자는 추세입니다. 예전에 '장애자'가 '장애인'으로 바뀐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되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활보샘을 '늘 옆에서 손, 발이 되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옆사람'이라 부르고 있읍니다만, 물론 명칭도 중요하겠지만 활보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과 그분들의 처우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봅니다.

얼마 전 일입니다. 지인의 딸(20대)이 장애인에게 관심이 많고 봉사도 하면서 용돈도 벌고 싶다고 해서 활보라는 직업이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녀는 교육을 받기 위해 서비스 기관을 찾아갔답니다. 그런데 그곳의 직원이 마치 "젊은 아가씨가 할 일이 없어서 활보를 한다고 왔나?"하는 태도로 대하더랍니다. 그래서 아주 불쾌했다고요.

일반인도 아닌 기관의 직원이 활보란 직업에 대해 그런 인식을 갖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물론 현재 활보 일을 하고 계신 분들 중에는 중, 장년층이 많다보니 다소 의아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앞으론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요.

활보라는 직업을 단순히 가사도우미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될 것입니다. 저와 같은 독거 중증장애인의 활보샘 같은 경우에는 가사도우미는 기본이고 거기에 세신사 더하기 간호사 더하기 심리치료사 더하기 안마사의 역할까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고 또한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숭고한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 바로 활보샘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림'을 하는 분들입니다. 여기서 '살림'이란 보통의 주부들이 하는 그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살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런가하면 현재 그분들의 처우는 어떠할까요? 한마디로 말해 형편 없습니다. 이 일도 3D 업종이라고 볼 수 있는데(장애인을 안아서 옮겨야하니 어렵고 장애인의 신변처리를 해줘야하니 더럽고 장애인이 추행이나 희롱을 하지 않을까 하여 위험합니다.^^) 그분들이 받는 급료는 알바비 수준에서 멈춰 있는 실정입니다.

정부(복지부)는 예산만 내려 보내고 서비스기관이 대신 고용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각 기관들의 횡포(?)가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복지부에서 만원을 내려 보내면 기관에서 3천원을 떼어 수수료로 챙기고 활보샘들에게는 각종 세금을 포함해서 7천원이 돌아오는 식인 것이죠. 이렇게 해서 각 기관들이 작년 한해에 남긴 돈이 총 6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기관을 통하지 않고 복지부가 직접 샘들을 고용하고 관리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도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함께 목소리를 내다보면(활보샘들은 이용자 케어가 우선이기 때문에 모두 다 뛰쳐나가 '으싸! 으싸!'를 할 수도 없지요. 고작 해봐야 1인 시위 정도입니다) 그분들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것이고 그러면 처우 또한 개선되겠지요. 부디 자신을 희생해가며 이용자의 행복을 보람으로 여기고 일하는 우리 활보샘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장애인의 케어에만 전념할 수 있는 좋은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제가 활보도 아니면서 왜 이런 얘길 할까 하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십시오. 우리(장애인)들을 위해 땀 흘려 일하시는 그분들의 노고를 우리들이 알아드리지 않는다면 또 누가 알아드리겠습니까?

끝으로 활동지원관련 불편사항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우선 활보샘들이 일지 쓰시는 것만이라도 간편하게 개선되어야 하겠습니다. 각 기관마다 쓰는 서류양식이 다른데 이것을 통합시켜서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만들었으면 좋겠고 또한 단말기 결제부분은 어차피 전산화 되어있는 것을 또 베껴 써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일괄, 소급 등 특수한 경우에만 수기작성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할 것입니다. 현재 활보샘들이 일지작성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그 시간은 이용자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병원에선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이용자가 머리를 다쳐 활보샘이 응급실로 데려갔다 칩시다. 이 이용자에게 가족이라곤 미국사는 형 한 명뿐입니다. 환자(이용자)는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의료진은 보호자의 동의(싸인)를 요구합니다. 활보샘은 얼른 사인을 하고 싶지만 법적보호자가 아니라 할 수없습니다. 의료진은 법적보호자가 아니면 설명도 해주지 않으려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연고자는 수술도 못 받고 그냥 죽어야합니까? 활보샘을 보호자로 인정하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활보샘이 차가 있어 사흘에 한 번씩 방문차량스티커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입니까? 입주민차량스티커 한 장 발급해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요. 이 모두가 사람들이 활보샘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 벌어지는 애로사항이 아니겠습니까?

*이 글은 에이블뉴스 애독자 강병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을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연락을 주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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