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는 하지만 제 아무리 그런 타이틀을 얻었어도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삶과 죽음 그 사이에 놓인 많은 것들이다.

따지고 보면 그 가짓수를 셀 수 없어서 결국 인간은 그 유한함에 무릎을 꿇는다. 이건 비단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리라.

그렇다면 인간의 불가 영역은 과연 누가 해결하는가? 보이지 않는 손 즉, 신(神)이 아닐지… 그저 세월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믿기에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에 해석 불가한 일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신념은 필자의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만일 신앙을 배제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과 인간은 형상은 닮았으되 능력에는 차이가 많이 존재한다.

한데 아이러니한 것은 현 시대의 흐름이 신의 칭호를 신에게 부여하지 않고, 인간에게 부여한다는 것.

시초를 정확히 떠올릴 순 없지만 처음에는 소위 능력자. 그러니까 재능이 뛰어나 타인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에게만 허락했었다. 예를 들어 아무개 갓(God), 갓 아무개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런 말의 사용은 우후죽순 늘어만 갔고,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의 발전 척도는 그 나라의 언어 사용 수준을 보면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은 높을까? 아니면 낮을까?

갓, 신, 느님 같은 말들의 사용은 이제 사람에게만이 아니다. 물건, 음식, 기업에 이르기까지 어디까지 퍼졌는지 알아내기에 힘들 정도로 그 쓰임이 다양하다. 정말 까딱하면 다 갓이란다.

필자는 이런 흐름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인간의 존재적 가치에 토를 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에 대해 굉장히 가벼운 태도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신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나 선택의 유무를 떠나 신 자체의 권위는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워낙 민감한 주제라서 주위 사람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진 않지만 그래도 생각을 밝힐 기회가 있을 땐 꼭 지금 주장한 바대로 이야기 한다. 그러면 대다수는 너무 진지한 것 아니냐는 말과 함께 미소를 띤다. 그 미소는 마치 천연기념물을 바라봤을 때의 신비로움을 느껴 배어 나오는 것이랄까? 한 마디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이야기다.

다수와 이야기 한 후의 결과이며, 심지어 신앙이 있는 사람마저 동일하게 반응한다. 그렇다면 뭐 별 수 있나. 소신은 잃지 않되 인정하기로 했다.

해서, 어차피 대단한 사람이나 좋은 물건, 좋은 기업에게 신의 칭호를 붙이는 일이 퍼질 때로 퍼져서 범람을 막을 수 없다면 장애인에게도 갓의 칭호가 붙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저 멋지고 맛있는 것들에도 ‘갓’을 부여한다면, 그보다도 훨씬 대단하고 자신의 사정을 미루지 아니하며 온전히 감당하는 자들에게 이런 칭호를 부여하는 것이 옳지 아니한가?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저 연예인 혹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왕과 신의 칭호를 얻고, 이대로 가다가는 온 만물에 붙여질지 모를 정도로 넘쳐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장애인에게만은 친구냐, 사람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또 호칭은 고사하더라도 그들 모두를 위한 처우는 아직도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이런 쓸쓸하고 씁쓸한 상황은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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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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