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으로 본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서 또 다시 떨어졌다. 시험 결과를 확인하고 나는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크게 실망했던 이전 두 번 낙방 때와는 다르게 아무렇지 않게 시험 결과를 받아드리는 자신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에서 떨어진 것을 받아드리는 내가 특수교육학에서 말하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지 않았을까? 라고 걱정하게 될 정도다. 학습된 무기력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자기의 모습에 좌절해서 본인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장애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장애를 극복해야 되겠다는 의지력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도 두 번 졸업하고 타향에서 독립생활도 하고 있고 글 쓰고 장애인활동가를 하면서 얻어진 성취감이 많아 예전보다 의지력이 많이 강해졌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내가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지 않았을까 걱정되는 것은 한낱 기우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기우이라고 생각되는 걱정을 하는 것은 언젠가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문예창작을 공부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학습기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 꿈을 포기 할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대학원을 진학하려는 이유가 단순한 학력을 높이는 목적이면 불필요한 욕심으로 생긴 걱정이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게 하는 글쓰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 대학원에서 문혜창작을 공부하고 싶은 꿈을 포기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될까 두렵다.

제일 불행한 사람은 꿈이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나도 절반 이상의 삶을 꿈도 없이 보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인생이 무서운 감옥처럼 생각 되었다. 할 수만 있다면 인생이란 감옥에서 탈출 할 수 있는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했다.

그랬던 나를 달라지게 한 것이 글쓰기이었다. 15세이란 늦은 나이에 입학한 특수학교에서 마우스스틱을 가지게 되고 글을 쓸 수 있게 될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생님들과 친구들부터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게 되었고, 감옥 같은 내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탈출구로 여겼다.

고향인 제주도에서 바다를 건너와 대학에 입학 할 수 있었던 것도 지금 같이 타향인 전주에서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것도,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생각하게 될 때부터 가지게 되었던 성취감이 변한 큰 용기의 발로다.

시를 쓰는 대우스님의 도움에 힘입어 시인으로 등단하고 이곳저곳에 내 글이 실리고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인정을 받으면서 나는 내 인생이 축복받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 생각은 내게 하여금 한 가지 더 꿈을 가지게 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이다. 그래서 이번까지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세 번 떨어진 일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서 그 꿈을 포기할까봐 걱정이 됐던 것이다.

얼마 전에 문득 포기할까봐 내가 걱정하는 것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내 강한 심리의 반증이지 않을까? 꼭 하고 싶은 것을 무턱대고 하는 것이 내의 버릇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글쓰기 시작할 때도, 나를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때도, 무턱대고 하고 싶던 글쓰기를 시작했던 것처럼 내가 학습능력이 부족하다고 걱정 되도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삶의 괴적을 반추하며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향해 더욱 정진해 나가려 한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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