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다.

지난 10월 장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은 운행율을 높인다는 이유로 장콜이 도착해서 대기하는 시간을 20분에서 10분으로 줄이더니 내년부터는 사전예약제를 없애고 즉시콜로 변경한다는 등의 운영지침을 내놓는 보도자료(11월6일자)를 발표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 이용자 하루 탑승 제한이라니….

공단이 발표한 내년도 운영지침의 주요 내용은 ▲휠체어 2대 타는 장애인콜택시, 장애인 4인 포함 14인용 미니버스 도입 ▲휠체어 미사용 탑승자용 장애인콜택시 50대 계속 운행 ▲현재 사전접수제→내년부터 즉시콜 신청 병행 ▲1일 4회로 이용횟수 제한 ▲상담원 성희롱, 운전자 폭행 등에 관하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이런 행위를 한 탑승자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버스나 전철 이용이 힘들거나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장콜은 참 좋고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기사님들도 대부분 친절하시고 무엇보다 요금이 저렴하다. 그래서 나도 자주 이용한다.

월계동으로 이사 온 뒤 나의 장콜 이용은 더욱 잦아졌다. 월계역 전철이 많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1호선 월계역은 아직까지도 휠체어리프트가 운행되고 있는데 심심하면 고장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요즘은 외출할 때마다 장콜을 이용하고 있다. 여전히 필요한 시간에 안 오는 경우가 많고, 그것 때문에 짜증나긴 하지만 다른 대중교통의 여러 불편한 점들에 비해선 장콜이 중증장애인들의 편리한 교통수단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0월에 발표한 운영지침과 2015년부터 보도자료를 통해 공단이 발표한 운영지침들 몇 가지는 대다수 장콜 이용자들의 환영은 커녕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지난 10월부터 시행한 이용자 사전준비시간 20분에서 10분으로 단축한 일에 대해서 언급해 보겠다.

공단 측에선 10분 단축 이유를 몇몇 소수의 장콜 이용자가 상습적으로 사전준비시간 20분보다 넘게 기다리게 하고 이런 이유로 장콜 이용자들이 장콜을 기다리는 시간을 더 늘리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10분으로 준비시간을 단축함으로서 다른 장콜 이용자들이 장콜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한 달이 지났고 공단 측에서 말한 대로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단 측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공단은 이용자가 장콜을 기다리는 시간이 평균 25분이라고 통계를 냈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 장콜을 불러본 사람들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주구장창 기다리는 일들이 우리들에겐 일상사가 되었다. 사전준비시간이 10분으로 줄었어도 이 부분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똑같다.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장애유형에 따라 10분으로 줄어듦으로서 피가 마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추의 장애인들과 겨울철 온도변화에 민감한 장애인들이 고통을 겪는다. 장콜이 부른 시간에 정확하게 도착하면 모르겠지만 여전히 30분은 애교로 기다리고 1시간은 정 때문에 기다리는 상황에서 휠체어에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장콜이 연결 되었다는 문자가 오면 부랴부랴 준비한다. 20분은 약간의 여유가 있지만 10분은 조금의 여유도 없다. 규정이 바뀌면서 10분이 지나면 콜센터에서 시간이 지났다는 문자가 오고 장콜이 떠난다. 이것이 현재 공단이 바꿔버린 10분 단축 규정이다.

2015년에 시행될 즉시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보도자료 맨 앞 큰 글씨에 ‘현재 사전접수제→즉시콜 신청 병행’ 이라고 쓰여 있다. ‘병행’이란 뜻은 ‘같이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도 즉시콜이 된다. 다시 풀어보면 ‘사전접수제’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현재 시행되는 사전접수제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전날 사전예약제와 당일 사전예약제다. 전날 사전접수제는 예약시간 전날 미리 접수하는 제도로 다음날 오전 7시, 8시, 10시만 가능하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전날 미리 예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위치한 장소에서 제일 가까운 차고지의 출근 차량을 배정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게 도착해서 장애인들이 즐겨 이용한다. 그런데 이 제도는 1급의 휠체어 이용 장애인만 이용할 수 있다.

당일 접수제는 장콜 이용시간 2시간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 전화, 문자, 인터넷 접수가 모두 가능한데 대부분의 장콜 이용자들이 이 제도를 이용해 장콜을 많이 이용한다.

공단 측은 즉시콜 전면 시행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시는 차량의 전략적 배차를 위해 사전접수제를 운영했으나 3~5시간 전에 신청하다보니 실제 탑승시간과 오차가 발생해 배차차량이 취소되거나 재예약시 2시간 추가 대기해야 하는 등 불편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기 이용자 외에는 즉시콜로 변경하여 경쟁적인 예약 남발과 취소율을 줄여 차량 운행률을 높일 예정이다.’ 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사전접수제를 이용해도 장콜이 제시간에 안 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즉시콜만 허용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장콜 이용자는 기다려야 한다. 이것은 완전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사전접수제는 적어도 예약한 시간부터 기다려야 하지만 즉시콜은 완전 무제한 기다림이 될 게 뻔하다. 왜냐하면 장콜 대수의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단에서 운행하는 장콜은 446대라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장콜을 기다린다.

이 즉시콜 변경은 장콜에 대한 기다림을 만성화 하는 것 밖에는 안 된다. 즉시콜을 시행해서 모두가 만족하려면 장콜의 댓수가 지금보다 2배는 더 늘어야 하거나 장콜 1대당 2명의 운전원을 배치해 출퇴근 시간대에 장콜의 운행율을 높이거나 한다면 모를까. 지금의 상황에선 아무런 효과도 없고 장콜 이용자들의 기다림의 만성화만 가져올 뿐이다.

그 밖에 장콜 하루 이용 횟수 제한과 상담원 성희롱, 운전자 폭행 등에 관하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이런 행위를 한 이용자의 탑승을 제한하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지침이라고 본다.

장콜은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이다.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외면 받는 지금의 장애인의 현실에서 장콜의 이용제한은 어떠한 이유를 들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겐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공단의 일방적인 운영지침 발표에 있다.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운영지침을 정하고 발표할 때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규칙을 하나 바꾸거나 정할 때도 우리는 이해당사자들 서로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규칙을 바꾸거나 만든다. 하물며 서울시 장애인의 이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콜인데 그것을 이용하는 서울시 장애인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없었다면 너무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8일 노들센터 회의실에서 첫 번째 장애인콜택시 이용자 모임(짱콜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공단이 내놓은 2015년 장콜 운영지침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 전부가 그날 토의된 내용과 결과들이다. 장애인들은 이미 기다림에 지쳐있다.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장콜을 이용 안한다는 사람도 있다.

서울시 장애인(1, 2급)약 8만명 중 약 2만명은 장콜을 이용한다고 한다. 4명 중 1명이 이용하는 수치가 많은 지, 적은 지 공단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단은 이미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를 넘겼다고 한다. 2대 오버란다. 그래서 할 일을 다 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이 글은 서울에 거주하는 에이블뉴스 독자 박정혁님께서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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