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옳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理想)이라 하고 좋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것이 ‘꿈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위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사는 이들에게 ‘현실적이 되라’는 충고를 한다.

과연 왜일까? 옳은 것과 좋은 것은 과연 이상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과 빈번하게 맞닥뜨려 싸우곤 하는데 이 시간에는 그 대표적 예로 장애인의 직업에 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30대를 갓 마주한 올해. 고민할 것들이 정말 많다. 물론 이전에도 고민거리들은 넘쳐났긴 했지만 그래도 시대가 시대인 만큼 30대에는 뭔가 이뤄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나를 무겁게 한다. 사실 내 고민은 어떻게 먹고 살까 하는 방법론적 관점보다는 뭘 하며 살까 하는 질 적인 문제가 크다.

그런데 타인들은 그게 아닌가 보더라. 사실 내 고민의 경우에는 임금의 문제보단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큰데, 실상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털어 놓을 경우와 타인이 내게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와는 다르게 외적 부분을 많이 재고 따진다.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은 물질 만능주의에 순응하며 사는 이들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일반화 시키는 건 아니다).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고 하면서도 단순히 이것은 말로만 그치는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

특히나 장애인의 직업을 논할 때 이 같은 논란은 심화된다. 신체적 장애 때문에 ‘보디 비즈니스(Body Business)’는 힘들고 ‘브레인 비즈니스(Brain Business)’가 더 쉬울 것 같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내게 격려 아닌 격려를 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의 월페이퍼', '스타크래프트Ⅱ : 자유의 날개', 차기 출시작인 '스타크래프트Ⅱ : 군단의 심장'의 로고.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e스포츠 관련업을 하고 싶다.

관련업으로는 프로게이밍을 하는 프로게이머와 경기 판정을 담당하는 심판(Referee), 중계를 담당하는 캐스터(Caster)와 해설자(Commentator)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로게이머를 거쳐 감독(Head Coach)를 한다든지, 해설자로서의 역할도 해 보고 싶다. 프로게이머의 꿈은 내 숙원이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 : 브루드 워(Starcraft : Broodwar)' 때부터 준비해 온 내 꿈을 이제는 '스타크래프트Ⅱ : 자유의 날개(Starcraft Ⅱ : Wings of Liberty)'나 곧 출시 하게 될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Ⅱ : 군단의 심장(Starcraft Ⅱ : Heart of the Swarm)'에서 이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내 소망과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다. 그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단 한 가지 이유 밖에 없다. 피지컬(Physical) 적인 문제 때문인데, 그러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오래전에 열린 장애인올림픽대회에서 두 팔과 두 손이 없는 국가대표 선수가 수영 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과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분명 이 세상에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인간은 지극히 제한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인간의 제한적 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 즉 조물주의 도움의 힘이 우리 안에 있다.

두 번째 내가 가고 싶은 길은 바로 작가이다.

프로게이밍과 작가 조금은 거리가 먼 일 같은데 난 가능하다면 마이클 센델과 맞먹는 판매 부 수를 가진 작가가 되길 원한다.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고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되길 원한다.

오늘 이렇게 기고문을 통해 내 꿈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다름 아니라 자신의 꿈과 상황을 정비례로 두지 말 것을 권면하기 위해서다.

세상에는 꿈꾸는 이들을 비현실적이라 하고 이상주의자라 일컫는다. 내가 가진 이 꿈들은 소위 ‘대박’을 위해서 이루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뤄가는 과정을 즐기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인생은 과정의 연속이니까…

직업에는 귀천도 경중도 없다. 다만 자신이 지고 가야 할 책임만이 따를 뿐이다.청년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여! 꿈을 꿔라. 이뤄라. 그리고 누려라…!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