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 시각장애인이 목욕탕에 가려고 했다가 거부당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현재 어느 위치에 자리해 있는지 한 번 볼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지금 집을 나선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당장 길을 걸을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등 목표지점까지는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집에 있을 수만은 없다.

시각장애인도 그에 맞게 교육을 받거나 훈련을 하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조금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기본적인 활동이 가능하게 된다.

단지, 시각장애라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우리 사회에 주어진 숙제는 너무 많을 것 같다. 혼자서는 대중교통도 쇼핑도 하기 어려우니 그냥 집에 있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애인차별이라는 말이 언제 사라질 수 있을까?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차츰차츰 줄 일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급 시각장애인이 목욕탕을 이용할 경우 자주 이용하는 목욕탕이라면 위치가 숙지되어 있어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이용하는 장소에서는 혼자서 자유롭게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고 날 위험이 많다고 하여 편협적인 사고로 단정해 버리고 거부하는 것보다는 그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처음 가는 목욕탕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그 사람의 생활반경을 제한하는 일들이 많다.

이러한 일들도 속상하고 서러운데 법의 잣대마저 모두가 수긍할 수 없다면 올바른 판결이 내려졌다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 최초로 1급 시각장애인이 판사로 임용되어 이 사회의 주위를 끌고 있을 때 과연 다른 이들은 무엇을 했나? 한사람의 영웅을 만들기에 앞서 주위에 고통 받는 이들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고통을 당해보지 않고서는 서로를 이해한다거나 명확한 답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법보다는 먼저 인지되어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존엄이 앞서야 할 것이다.

모든 사건이 사람이 있기에 발생함으로 인간존중, 인간존엄이 바탕이 되어 명확히 정의하고, 행동으로 되살아날 때 법의 가치가 인정될 것이며 불신보다는 신뢰가 앞설 수 있다고 본다. 또 누구에게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면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 볼 수 없다. 가진 자이든 그렇지 않는 자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또, 장애인이라 하여 무능하고 부족하고 모자라다는 생각이 앞선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캄캄 할 것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은 분명히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단순하게 판결하고 낙인찍는다면 성취하려는 노력도 줄어들 것이다. 5천만이 누릴 수 있는 인간의 존엄가치를 억울하게 피해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시대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세상사는 환경이 끼리끼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부터 시작한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짐으로써 억울하게 피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촉박함이 아닌 한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모두 힘내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 단 한명의 낙오자가 없는 그날을 꿈꾸며…

*이 글은 경북점자도서관 이재호 관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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