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살인 딸 아이의 말은 아직도 서툴다. 요구하는 말은 거의 하지만 질문은 아직도 하지 못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질문보다는 행동이 앞서다 보니 오해할 일이 많이 생긴다.
자폐증, 언어장애가 있는 경우는 말로 표현은 잘못하지만 듣고 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적보다는 ‘너 이것이 갖고 싶었구나? 속상해서 그랬니?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먼저 필요한 아이이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 말을 못 하기 때문에 더욱더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늦게 애착을 형성하고 있는 늦둥이 아이들인 만큼 백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발달장애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함께 있었으면 아이가 말문을 닫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했다. 딸 아이에게 충분히 긴 시간이 필요함을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란 생각도 숱하게 했다.
발달장애 가족은 부부가 더 협력하고 가족이 더 협력해야 한다. 서로가 그 무게를 감당하면 잘 살 수 있지만, 그 무게를 버거워하면 상황이 점점 어려워진다. 발달장애는 사회적으로 적응이 어렵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어려움이 시작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혼자 생활하기는 어렵다.
딸아이가 퇴원한 지 벌써 7개월째이다. 엄마도 딸아이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한 번씩 삐걱거리기는 하지만 엄마는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은 이미 각오한 일이다.
그것은 단 하나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딸아이의 상태를 수용하고 더 심하지 않음에 감사하고 엄마의 오늘이 딸 아이의 내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힘들게 살아갈 딸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고 그것만큼은 못 볼 것 같아서 차라리란 생각도 수십 번 했다. 몸과 마음이 약해지니 사랑이 필요한 아이임을 알고 있고 더 가까이 있어야 함에도 딸 아이와는 더욱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고 사는 동안 만큼이라도 사랑하며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엄마와 딸을 응원하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향한 우리의 모두의 관심도 기대한다.
*이 글은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최순자 원장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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