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앞에 높여 있는 턱, 저 턱으로 인해 손님이 될 수 있는 권리 조차 잃게 된다.ⓒ이혜원

어느 강연에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역사가 시작된 유래에 대해 들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장애인이 집 대문 앞의 작은 턱을 혼자 넘을 수 없어서,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비장애인에게는 한 걸음만 더 디디면 되는 턱이 장애인에게는 발을 묶어버리는 사회적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조그만 턱 때문에 받는 이동의 제약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세 가지의 예만 들어보겠다.

첫째는 손님조차 되기 힘든 실생활의 고충이다. 몇 일전, 부산 소재의 장애인 참다움 자립생활센터에서 펼치는 “우리도 이 지역에 살고 있어요” 라는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에 참여했다. 작은 턱 때문에 일반 상점이나 식당에도 들어가기 힘든 장애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캠페인이다.

이 활동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대부분의 가게들과 식당들의 입구에 휠체어가 넘기에는 높은 턱과 계단이 있었고, 편리한 경사로가 함께 설치되어 있는 곳은 상대적으로 극히 드물었다.

평소에도 장애인들과 함께 식사 모임을 갖게 되면, 무엇을 먹고 싶은가 보다는 경사로가 있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찾아야 하기에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다음으로, 교육 받을 권리의 침해다. 장애인이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집 대문 앞의 턱을 비롯하여 도로에 있는 계단 및 턱들을 거쳐야 한다. 물론, 도움을 받아가며 갈 수 는 있겠지만 지체되는 시간과 도움 요청에 따른 수고 및 마음적 부담, 육체적 불편함 등은 교육 받는 시간에 있어서도 차별을 낳는다. 실제 이 때문에 교육을 포기하는 장애인들도 허다하다.

마지막으로, 이동권 제약은 노동의 권리 또한 침해한다. 직장으로 가기까지 겪어야 하는 불편함 뿐만 아니라, 근로 현장 곳곳에 존재하는 턱들이 대변하는 장애물들 때문에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융합하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 고용 차별 철폐를 위한 허울 좋은 제도가 제정되더라도, 실재 현실 속에서는 작은 턱으로 인해 이동하는 것에서 조차 불편을 겪는다면, 제도는 겉치레로 남겨질 수 밖에 없다.

앞서 소개되었던 장애 인식 캠페인 활동을 하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았다. 전단지를 받는 것 조차 꺼려하는 사람, 얘기를 듣고 나서도 본인과는 상관 없는 문제로 여기는 듯 무덤덤한 사람, 마치 딴 세상의 일인 듯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 등을 보았다.

그래도 희망을 놓칠 수 없는 것은, 턱 없애기 캠페인에 적극 찬성이라며 응원하겠다고 큰 소리로 외쳐주셨던 가게 아주머니들 또한 있었기 때문이다.

집, 건물, 학교, 공공시설, 가게 등의 입구에 놓인 작은 턱이 경사로와 함께 놓일 수만 있어도 장애인들은 훨씬 자유롭게 자립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통합 사회 참여가 가능하도록 작용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삶이 풍성해지는데도 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당신의 공간에는 몇 개의 턱이 있는지 세어보고 얼마나 많은 장애인들의 발을 되돌리게 했는지 관심을 갖고 헤아려보길 바란다.

은행의 ATM 코너 앞의 큰 턱, 좋은이웃이라고 적혀 있는 로고가 무색하게 느껴진다.ⓒ이혜원

*이 글은 부산광역시에 사는 독자 이혜원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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