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양천구청 앞, 석암재단 비리 척결 투쟁 모습. ⓒ박정혁

석암비대위(석암재단생활인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 8명이 내일(6월4일) 시설을 나온단다. 재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장애인생활시설 안에서 생활하면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석암재단이 저질러온 시설비리와 인건유린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며 지역 장애인단체들과 연대해 투쟁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한 투쟁의 결과로 재단의 이사장과 그 하수인들을 법정구속 시킬 수 있었고 자신들의 시설을 보다 깊은 산골로 이전하려던 재단 측의 계획도 막아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보여준 더 큰 성과는 장애인들을 이용해 정부를 상대로 장사를 해먹어 왔던 사회복지 마피아들 앞에서 더 이상 우리는 당신들의 먹잇감이 될 수 없다는 선언이었고 당당하게 빼앗긴 권리를 말하고 자기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으려 스스로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복지시설의 장애인들과 우리들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 스스로 더 이상 동물처럼 사육 되지 않겠다는 인간 선언이다.

그런 그들이 탈시설을 선언하고 나온다. 20년 또는 30년 혹은 40년 이상동안, 그리고 평생을 시설 속에서 죽은 이들도 많다.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 안의 삶을 원망하며 지역사회 속에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동경한다. 나도 그랬고 나와 함께 시설에 살았던 친구들도 그랬다. 하지만 쉽게 시설을 박차고 나오진 못했다. 평생을 집안과 시설 안에서 생을 살았던 우리들은 시설 밖 생활이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모험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속의 생활은 아직도 장애인들에겐 모험일 수 밖에 없다. 깨어서 활동하는 시간동안만이라도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면 또 모르겠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넘쳐나는, 하늘로 쭉쭉 솟은 건물 중에 내 몸 뉘일 휴식처가 있으면 또 모르겠다. 나의 재능을 장애와 관계없이 써 주고 일한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면 또 모르겠다. 활동보조서비스도 주거도 일자리와 소득도 불확실한 지역사회보다는 장애인들에겐 어쩌면 시설이 안전하고 편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보통의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누가 평생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맡긴 채 그 타인이 자신을 구속하고 그 타인이 자신의 생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부분을 관리하려 든다면 위와 같은 시설생활을 감수하고 평생을 갇혀서 살아갈 수 있는가? 단언하건데 백이면 백 하루도 못 견디고 도망칠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하물며 장애인들이라고 그러한 삶을 원해서 살겠는가?

나 역시 사람의 삶이 그리웠고 누구나 꿈꾸는 꿈들을 펼치기 위해서 시설을 나왔다. 내가 가진 것은 빈 몸뚱이 뿐이었다. 석암의 8인 역시 그렇다. 나에게는 그나마 몇 개월 거처할 공간이라도 있었지만 8인의 그들은 말 그대로 빈 몸뚱이 뿐이며 내일 나오자마자 마로니에공원에 천막을 치며 노숙을 해야 할 것이다. 자립생활을 꿈꾸는 그들 8인들에게 이런 결단을 내리기까지 수없이 많은 마음의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몹시 두렵고 힘들어 남몰래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에게 용기를 줘야한다. 나를 비롯한 시설경험 선배들과 투쟁의 선배들이 진정한 지역사회 자립생활의 선배로서 그들의 선택에 힘 있게 응원하고 그들 한명 한명에게 지역사회 속에서 진정한 보금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때까지 그들과 함께 투쟁하며 그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 석암시설인 8인의 탈출기가 성공을 거두어 8인이 16인이 되고 100인이 되고 1,000인이 되어 탈시설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사람이 사람을 가둠으로서 그것이 돈벌이가 되는 야만의 사슬을 우리 모두가 열심히 투쟁하고 싸워서 끊어보자!

*이 글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교장선생님 박정혁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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