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근육장애인 회원.ⓒ에이블뉴스

‘희귀난치성 질환자 장애인을 위한다며 얼음물을 뒤집어쓴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지난 1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의 기자회견. 지난 9월21일 첫 기자회견 이후 다시 국회 앞을 향한 근육장애인들의 절절한 사연 속 팻말이 눈에 띄었다.

‘얼음물’, 지난해 여름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었던 ‘아이스버킷챌린지’ 말이다.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른바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 사람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방식이었다.

정치계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권영진 의원, 나경원 의원, 김용태 의원, 박지원 의원 등까지. 참가자 목록만 봐도 가수, 기업인, 스포츠계 등 화려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이에 언론들도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동참한 별들을 앞 다투어 쫓았다.

‘장애인’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메인뉴스에도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을 집중 인터뷰하며 절절한 사연들이 알려졌다. 희귀병 환자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국회. 하지만 그들의 얼음물은 녹는 속도만큼이나 재빨리 마무리됐다.

24시간 하루 종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며 병원비를 벌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들의 피로감을 애써 모른척하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던 환우들은 외로웠던 투병 속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

그것은 모두 일장춘몽이었음을 얼마 가지 않아서야 깨달아야만 했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돕겠다던 정치권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 장애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이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 해도.

근육병,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질환 11종에 해당하는 1812명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와 같은 인공호흡기 대여 유료화. 현행 국가의 전액 부담 방침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최대 12만1000원의 자부담이 발생할 상황이다.

다행히 시행 11월에서 내년 1월1일로 늦춰졌지만, 장애인들의 외침과는 상관없이 제도 준비로 인해 미뤄짐이라는 허탈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측에 자부담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상태지만, 앞으로 어떻게 폐지 투쟁을 해나갈 것인지 막막하다. 지난 9월22일부터 현재까지 인공호흡기를 낀 채 국회 앞 1인 시위를 벌여나가고 있지만, 차디찬 바람이 불어온다면 그들의 건강까지 위협할지도 모른다.

치료제도, 치료할 방법도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슬프고 잔인한 병, 자기가 죽어가는 것을 생생하게 지켜봐야 하는 외로운 투병 속 인공호흡기는 그야말로 생명줄이다.

그 흔한 외식도, 동네 공원 한 바퀴 돌 시간까지 내어주며 호흡기 값을 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얼음물’에 반짝였던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 그들의 진짜 절실함에 응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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