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모양의 석고형을 보이면서 일일이 고객들의 특징을 설명 하는 남궁 정부 소장님

"선생님…저.. 김진희인데요…어떻게 사무실을 찾아가는 거예요…제가 길눈이 너무 어두워서…."

이렇게 소장님과 전화통화 하기를 수십 번…드디어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은 강동구 천호2동에 위치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제 와. 찾아오느라고 수고 했어.” 하신다. 사무실 안은 온통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화와 구두를 만드는데 쓰이는 도구들 뿐이다.

내 눈으로 8평 남짓 보이는 곳에 간신히 소장님이 앉을 만한 책상과 의자가 있다. 그리고 벽면에는 소장님의 기사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의자에 앉자마자 소장님을 찾아온 이유를 말하고, 나도 다른 의족 장애인들 처럼 사고로 한족 다리를 잃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뭔가 전기라도 통한 것일까…. 금새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었다. 이것이 무언의 공감대 인가 보다.

소장님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사고 전 까지30년을 넘게 갖바치 기술로 평범하게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으로…또 아버지로 구두장이였다. 그러나 지금 장애인들에게 편안한 신발을 만들어 주기까지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소리를 지르듯 달려오는 지하철에 그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두장이로서 가장 중요한 팔이 하나 없었다. 그때를 소장님은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기분이었다고 한다. 주위에서는 물론 이렇게 살아난 것 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고 했고, 부인과 가족들 또한 그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한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십여일의 병원 생활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퇴원할 무렵 병원문을 나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온통 없어진 팔을 보는 것 같은 느낌에 부랴부랴 의수족 만드는 곳부터 들렀다.

의수를 하러 간 곳의 주인은 소장님이 구두장이라는 걸 알아보고 ‘장애인용 구두’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툭 던지듯 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속에 뭔지 모를 그 무엇인가가 스쳤다. 그건 분명 그대로 주저앉을 절망이 아닌 당당히 새로이 설 수 희망이었다.

그때부터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을 하고, 보통 사람들을 위해 예쁜 구두만 만들 줄 알았던 소장님으로선 비정상적으로 생긴 발을 위해 편안한 구두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서 국립 도서관에 가서 책도 뒤지고, 병원의 재활의학과를 쫓아다니며 자료도 구했지만, 장애인만을 위한 구두에 관한 특별한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다. 수소문 끝에 미국과 유럽의 책도 구했지만, 학력이 짧아 도저히 해독할 수 없어, 공군 조종사인 아들이 발 벗고 나서 번역을 도와주고 대학 병원을 수시로 들락 거리며 자문을 구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비정상적인 발을 가진 또는 의족장애인들을 위한 구두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장애인 구두를 만들기 시작한지 9년쯤 된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이곳까지 찾아와 구두를 맞춘다고 한다. 단골 손님 만도 수백 명. 내 홈을 방문 하는 박정숙님도 최윤자님도 단골 고객이란다.

소장님은 석고로 뜬 발의 모형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이건 누구 꺼구 이건 누구 꺼야’ 하며 발 모양과 이름을 줄줄이 말한다. 소장님 말에 의하면 신발을 맞추러 온 사람들은 소장님과 10분도 안되 서 금새 친해진다고 한다. 나처럼 말이다.

그리고 발에 대해 차근차근 물어보기도 하고 족문도 찍어보고, 또 신발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도 짜증 한 번 안 내고 다 듣고, 때에 따라서는 메모도 한다.

후에 완성된 신발을 의뢰인이 신었을 때 어디가 불편한지, 왜 불편한지를 꼼꼼히 따져본다.혹..조금 이라도 불편하며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편할 때 까지 만들어 준다고 하니..여기서 장인정신이 나오는 것 같다.

소장님께 소장님 그렇게 하면 손해 보잖아요. 했더니 소장님 왈 “내가 처음부터 돈 생각 했으면 여기서 안하고 더 큰 곳으로 가서 했겠지.” 하시는 거다. 순간 얼마나 창피하던지….

에궁.. 왜 나는..진작 이곳을 몰랐을 까…정작 신발이 필요한 사람은 난데….

소장님의 꿈은 연구소를 좀더 넓혀 많은 장애인을 위한 구두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는 데…그리고 지금까지 쌓은 기술을 전수할 장애인 구두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는 데..빨리 그 꿈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장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랑 가득한 구두 만드세요.**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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