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입니다.

그런데 장애를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너무나 일찍 찾아온 소아마비는 나를 장애인으로 사는데 익숙하게 만들었습니다. 장애가 있어도 장애를 잊을 정도로 나는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내 옆에서 24시간 내 손이 되고 발이 되어준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달았습니다.

엄마가 내 옆에 없는 지금 나는 엄마가 보고싶다는 그리움보다는 손이 없어지고 발이 사라진 상실감에 내 존재 자체에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난 지금에서야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엄마라는 커다란 후원자를 잃은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집니다. 엄마는 늘 이런 걱정을 하셨었습니다.

"내가 너를 조금 더 봐줘야 하는데…."

장애자녀를 둔 부모 특히 엄마로 산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입니다. 한사람이 두 사람의 역할을 하며 살아야 하니까요.

지난 3월 15일 아침 엄마는 내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 전날도 다른 날과 다름 없이 귀가한 장애인 딸의 옷을 벗겨 옷장에 걸고 세수물을 떠주고 커피 한잔을 책상 위에 갖다 놔주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마무리 지으시고는 아침에 눈을 뜨지 않으셨습니다. 아침에 샤워시켜주고 젖은 머리를 드라이로 말려주고 입고 나갈 옷을 골라주는 업무에 대한 인수 인계도 하지 않은 채….

나는 앞으로 그 인수 인계 과정을 여러분들에게 공개하려고 합니다.

엄마의 부재로 찾아오는 2차 장애를 다른 장애인들은 겪게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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