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카네이션을 보고 코끝이 새끈

내가 그렇게 될줄 누가 알았겠어

구상 선생님 댁에 갔었어

카네이션 바구니 만들어 갖구

선생님이 반가워 하시더라구

근데 많이 늙으셨지 뭐야

그 환하시던 얼굴에 검은 빛이 드리워져있어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지

선생님이 내 걱정을 많이 하셨어

마음 약하게 먹지 말라구

맞어. 마음은 먹는 거야

강해져야지 하면 강해지고

약해지기 시작하면 한없이 약해지고

그래서 선생님과 약속했지

더 열심히 살겠노라고

이제 내 곁에는 선생님 밖에 안계시니까

저 놀라는 일 없도록 건강하시라고 말씀드렸어

정말 이야

구상 선생님마저 안계시면 난 정말 의지할 어른이 없잖아

아침 신문보니까

요즘 부모들은 자식들의 폭행에 시달린데

재산이 있으면 재산 빨리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재산이 없으면 부모를 내팽겨치고

자기네도 늙을꺼면서 어덯게 그럴 수가 있지

늙는다는 건 서글픈 일이야

장애인으로 늙는다는 건 더욱 서글플 것 같아서

두려워

난 어떻게 죽을까

이 세상에 난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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