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어도 나는 밥을 먹고

텔레비죤도 보고

잠도 잔다

어디 그뿐인가

크게 웃기도 하고

소주도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꽥꽥 소리를 질러댄다

마치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양

난 잘 지내고 있다고

허풍을 떤다

생각해보니까

정말 난 그대로 이다

달라진 건 나 혼자 샤워한다는 것 뿐이다

엄마가 있었을 땐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다

혼자 샤워하기

나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화장실을 개조하면서 낮게 설치한 샤워기로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갑짜기 순서가 생각나지 않았다

뭐부터 해야할지 몰라 멍 하니 허공을 쳐다보다가

갑짜기 떠오른 생각

-아, 옷부터 벗어야 하는구나-

만약 몰카가 있었다면 배꼽잡을 장면들이었겠지만

어쨌든 난 샤워를 마쳤다

그리고 외출하며 향수도 뿌렸다

한 남자 아이가 내게 물었다

-선생님 향수 뭐 쓰세요?-

-버버리-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비극적인 샤워였지만

내 향기가 죽여준다고 그 사내는 너스래를 떤다

일단 성공이다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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