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텔레비죤에 내가 나온 걸 보고

사람들이 전화를 하면

엄만 늘 똑같이 말했었어

"응 봤구나"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면서도

그때의 엄마 잘난체는 정말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 였다니까

그래서 제발 그만 하라고 하면

"왜 그만해. 더 할래다 참은 건데. 그 사람들이

얼마나 날 무시했었는데"

엄마는 무시당하는 걸 참 못견뎌했었지

그만큼 무시를 많이 당했기 때문일꺼야

미안해 엄마, 나 때문에 무시만 당하구

엄마 오늘 엄마 생각 많이 했어

오늘 조선일보에 정말 대문짝만한 기사가 실렸거든

엄마 얘기도 있어

엄마가 봤으면 진짜 좋아했을텐데

전화 받으면서 잘난척 실컷 했을텐데

엄마의 겸손한 잘난척이 엄마의 상처를 치유하는

특효약 이라는 걸 난 알고 있었지

그래서 잘난척할 꺼리를 더 만들어주려고 했었는데

사람들이 엄마가 하늘 나라에서 보살펴주고 계셔서

잘 될꺼래

맞어?

정말 그렇게 해줄꺼야?

요즘 많이 힘들어

내가 잘못되는 것이 두려운게 아니라

장애 때문에 문턱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거야

장애 라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엄마가 살아서 당해야 했던 무시를

보상해주고 싶은 거라구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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