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왜 이렇게 빠른 걸까?

이제 나도 늙었다는 얘기겠지

엄마 오늘 내 생일인거 알고 있지?

아점 때 미역국, 조기, 나물 반찬 해서

밥 맞있게 먹었다

아침부터 여기 저기에서 전화가 오는 거야

엄마 없이 보내야 하는 생일이여서 불쌍했나봐

나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내 생일은 거의 사건이였지

그날 엄마는 파티 준비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남자 친구들까지 가세한 터라 먹고 마시고

그런 난리도 없었어

하지만 이젠 재미없어

그렇게 난리쳐줄 친구들도 다 늙었으니 뭐

오늘 난 아주 학구적으로 하루를 보냈다우

심리상담사 연수 교육이 있었거든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스님도 있고, 수녀님도 보이고, 교무님도...

목사님도 계셨겠지만 겉으로 드러나질 않으니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장애인은 없더라구

유심히 둘러봤거든

사람들 눈에는 그 종교인들보다 내가 더 튀었을꺼야

오늘 느낀게 많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더라구

나두 더 분발해야겠어

교육받으러 가는데 한교수(한창완이 일본 유학 마치고 교수 됐어)한테

전화가 왔는데

뭐하냐고 해서 교육 받으러 간다고 했더니

-선생님이요?- 하면서 놀라더라구

나는 죽으나 사나 방송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봐

나도 변신할 날이 있을꺼야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어

아무리 돈이 있어도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다 소용 없다는 것을 말야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길 원하진 않아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게 내 변신의 목표야

엄마랑 약속할께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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