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언제나 모범생이였지

그래야 엄마가 기뻐하니까

그래서 난 지금도 범생이가 되려고 노력해

근데 요즘 도전을 받고 있어

컬럼 위치 때문이야

왜 하필 범생이 윗층에 그토록 야한 여자가 입주를 했는지 몰라

이건 운명의 장난이야

원고 자료 찾으려고 에이블에 들어왔다가

내가 잘 있나 싶어서 문을 빼꼼히 열어보고 나서는

어김없이 윗층 여자를 훔쳐보는 거야

별로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뭐라고 썼나 슬쩍 슬쩍 훌터보다가

야한 그림이 나오면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오고

그러다 원고 늦어져서

-아유 지겨워-

이렇게 내뱉곤 움찔해서 허공을 쳐다본다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지겨워 였잖아

일이 있는 것을 고마워하고

일을 하면서 기뻐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얼른 마음을 가다듬지

-하나두 안지겨워, 아유 신나-

아, 내가 하려던 얘기는 이게 아닌데...

난 처음에 조항주의가 새로운 이념의 장르인줄 알고

저항주의의 오자일 것이다고 판단

조항주의 sex story가 성에 대한 저항이라고 믿고

나보다 더 범생이가 있구나 싶어서

동지애를 갖고 방문을 했던 건데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기겁을 해서 뛰쳐나왔지

근데 요즘 많이 발전했어

누가 키스를 했다고 죽을 듯이 걱정을 하길래

내가 이렇게 조언해줬다

-키스 갖고 뭘 그래, 그 정돈 아무 것도 아니지-

엄마, 나 조항주보다 더 야하지? 그치?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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