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애니아의집을 방문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서울시청>

2개월 전, 그러니까 2002년 12월에 서울시장 명의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개봉하자 '장애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시장 이명박입니다'로 서두가 시작되는데, 굳이 장애인 여러분이라고 칭하는 것부터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애인을 특수 계층으로 여기는 듯한 느낌이 확 들었다. 그래도 못마땅한 마음으로 억지로 읽어내려 가는데 내용의 골자는 장애인 콜택시를 2003년부터 본격 운행하니 이용하라는 것이었다. 그 핵심 하나를 꺼내기까지 이명박씨는 참으로 쓸 데 없는 서론을 많이 늘어놓았다. 장애인 여러분이라고 칭하는 것부터가 마음에 걸리는가 했더니 그 다음 서론은 더욱 가관이었다.

평소 자신은 가장 어렵게 태어난 사람에게 가장 큰 혜택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는 믿음으로 살아왔다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는 불행하게 태어난 이웃을 보살피는 노력이 부족하였다고 말씀하시는데, 언뜻 보면 별 문제가 될 게 없어 보일지 모르나 나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가장 어렵게 태어난 사람'이라거나 '불행하게 태어난 이웃'이라는 등의 언어를 이명박씨는 서슴없이 구사하고 있었다.

도대체 의식이 없다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장애인을 가리켜 가장 어렵게 태어난 사람이라 표현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 선천적인 장애보다 후천적이거나 교통사고 등의 재해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건만 그들이 모두 태어날 때부터 어렵게 태어난 사람들인가? 태어나는 순간에는 장애인이 아니어도 장애인이 될 운명을 지고 태어났기에 가장 어렵게 태어난 사람들이란 뜻인가? 대체 그가 말하는 가장 어렵게 태어난 사람이란 기준은 어디에다 두고 하는 말인가?(선천적인 장애라 할지라도 어렵게 태어난 사람이라 말 할 수 없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인을 가리켜 불행하게 태어난 이웃이라는 더욱 강도 높은 표현을 씀으로서 장애인의 존재를 완전히 평가절하 시켰다.

누가 누구를 가리켜 불행하다 아니다를 감히 말 할 수 있는가? 사람의 불행이나 행복은 오직 본인 자신만이 판단하고 자리 매김 할 수 있는 것이거늘…. 나는 그 편지를 읽으면서 서울시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장애인을 보는 시각이 얼마나 낙후되어 있는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인은 가장 어렵게 태어난 사람이기에 불행한 이웃이라고 여기는 시장님의 의식구조가 이렇듯 여실히 보이건만 그 외에 행정을 맡아보는 사람들의 의식이야 더 말 해 무엇하겠는가?

서울시장님이 명문대 출신에 유식한 분임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장애인을 특별히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단정지어 언급하는 것은 의식구조의 한계성을 드러내는 참으로 무식한 발언이라 아니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명박씨는 말씀하셨다. 서울시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최선을 다하겠으니 여러분께서도 장애극복의 의지를 더욱 굳건히 다져주시기를 바란다고.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기우려 자신과 같은 위치(서울시장)에 와야만 그것이 진정한 장애극복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장애 극복의 의지를 굳건히 다지는 것인가? 비장애인들 속에서 비장애인들 못지 않은 능력을 발휘할 정도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뜻인가?

우리의 시장님은 장애인을 지극히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여느 사람보다 더한 편견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씨 앞에서 장애여성의 인권을 논한다면 과연 어떠한 말이 나올까?

"시장님은 장애여성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네? 장애여성도 장애인이냐구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을 차별하는 분위기와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성주의적인 의식이 싹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차별은 비장애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여성들은 비장애여성들이 겪는 차별보다 더한 몇 배의 차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 문제는 그 장애인이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남아선호사상과 전근대적인 남존여비사상은 장애여성들에게 더 할 수 없는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특히 장애여성들은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무시되고 그 존재가치를 상실당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여성도 이 땅에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저는 단순한 여성주의자가 아닙니다. 저는 이 땅에 당당히 살아 숨쉬는 장애여성주의자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것을 장애여성주의적인 언어로서 표현하고 말하고자 합니다. 저는 진정한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그 속에 전반적인 장애인의 문제와 여성에 대한 문제도 함께 엮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틀을 거부하며 장애여성의 진정한 인권 실현을 위해 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 http://www.w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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