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우수화장실로 선정된 삼성생명본사 화장실.

지난 14일 남대문 옆 삼성생명본사 시설과에 볼일이 있어 삼성생명 본사를 찾았다.

시설과를 가려면 화장실을 지나가야 하는데 화장실입구 옆에 붙어있는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화장실입니다'라는 무궁화 4개가 그려져 있는 동판이 눈에 띄었다.

'이런 곳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정말 잘 돼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궁금하기도 하여 장애인용 여자 화장실을 잠깐 들여다봤는데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할말을 잊고 우두커니 한참을 서 있었다.

장애인용 여자 화장실은 너무나 좁아 전동 횔체어는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장애인을 위해 양변기와 세면대 옆에 마땅히 있어야 할 보조 손잡이는 아예 없었고, 세정장치(발이 불편하면 손으로 누르고 손이 불편하면 발로 누르게 되어있는 장치)도 없어 중증장애인 이용하기는 너무 불편하였다.

'우수화장실로 선정되었고, 적어도 삼성그룹 화장실이라면 비데기 정도는 설치돼 있겠지….' 생각했었는데 말이 장애인 화장실이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남자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여자화장실에 비해 더 나은 것은 화장실이 넓고 양변기 옆에 손잡기가 하나 있다는 것 뿐이었다. '장애인화장실은 양변기 뒤에 쎈서를 만들어 직접 누를 필요없이 용변 후 저절로 물이 내려가도록 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삼성생명본사 장애인 여자 화장실의 내부모습.
시설과 직원 두 분을 불러 장애인화장실의 불편한 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난 후 서울시청 위생과에 다음부터는 우수화장실 심사할 때 장애인 화장실까지 검토하여 줄 것을 간곡히 부탁도 드렸다. 그랬더니 시민단체 등 심사위원이 따로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전에 명동성당내 가톨릭 회관 장애인 화장실 만들면서 도움을 받았던 화장실문화연대 여성 국장님께 전화를 드려 우수화장실 심사할 때 화장실 문화연대에서도 하는지 여쭤 보았다. 그러나 서울 시내 우수화장실 100여군데 심사를 하면서 장애인 화장실이 잘 되어 있는 곳은 보지 못했다고 하셨다.

나는 서울시 장애인 복지과 매뉴얼에 장애인 화장실 설치하는 기준이 나와있다고 말씀드리고 나중에 심사하실 때 장애인 화장실도 잘 보고 심사하실 것을 간곡히 부탁 말씀을 드렸더니 고맙게도 바로 삼성생명 본사에 공문을 보내서 시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니 어느 중증장애인이 나에게 해주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외출을 한번 하려면 며칠 전부터 식사 조절을 하면서 외출을 한다고 하면서 장애인 화장실이 많은 곳에 있다면 이런 불편은 없을 것이라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최근 서울시내에 돈을 넣고 사용하는 화장실이 설치되고 있다. 이왕이면 장애인도 돈을 넣고 사용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에 관계 부처에 건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우수한 화장실을 평가할 때 장애인 이용 화장실까지 포함하여 우수화장실을 선정했으면 한다. 외국 장애인이 한국의 우수화장실이라고 하는 삼성생명 화장실을 방문한다면 국가적인 망신 아닌가?

이제는 화장실 문화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때다. 장애인을 위한 체육행사 등 국제적인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도 장애인 화장실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 조속히 전국 방방곡곡에 장애인 화장실이 많이 설치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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