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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우울하게 만든 친구의 전화 한통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3-03-17 13:55
봄비라도 내릴 듯이 흐렸던 지난 토요일 친구의 전화를 한 통을 받고서 내 마음엔 먹구름이 끼어버렸다.

중학교 교사인 친구는 퇴근 후, 이웃에 사는 장애학생을 일주일에 두번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여고시절 수업시간에 공부하기 힘들어 보였던 나의 모습을 잊지 못해 시작한 자원봉사란다. 장애로 인해 힘든 부문이 많은 교과공부에 도움이 되는 영어와 수학 지도도 하고, 동갑 나기 아들의 친구가 되어 스스럼없이 지내는 그 아이는 가끔 마음속에 숨겨둔 이야기까지 한다고 하였다.

마침 아이의 엄마가 집을 비우게 되어 친구는 컴퓨터학원에서 아이를 대신 데리고 오게 되었다. 학원교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강사인 듯한 젊은이에게 수고하시라고 인사를 한 후, 책상 옆에 놓여 있는 수업 순서지 같은 종이 한 장을 들고 복도를 걸어나오는데 "이 봐요. 아줌마" 하면서 그 선생인 듯한 사람이 달려와 당신이 뭔데 그 종이를 가지고 가느냐고 도둑을 잡은 듯이 따지기에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으나 막무가내로 모욕을 주더라는 것이다.

"나도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인데 오해가 있었나보다"고 풀라고 다시 이야기했으나 그 강사의 태도는 변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돌아오는 길에 "그 선생님 원래 그래요. 문제가 많아서 이번 주만 나오고 그만 두실 거래요" 라고 하면서 들려준 이야기는 더욱 말문을 막아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달 전쯤 수업시간에 한 아이를 놓고 인격을 무시하는 말을 해서 아이들의 엄마 몇 명이 항의를 했는데 그 말을 들었다는 아이를 앞에 놓고 그 강사와 또 다른 강사가 삼자 대면을 하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아이를 무시한 건 사실이라고 하였다.

친구는 그 이이의 말을 들으며 자잘못을 가리고 진실과 거짓을 가리기 전에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하더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말에 진위여부를 가리고자 하였다면 방법이 그 방법밖에 없었는지, 아직 어린아이들이 그 분위기에서 자기 표현을 얼마나 하였는지, 속으로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 자신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친구는 고등학교 입학하여 영어시간 첫 시간에 선생님이 내게 무심히 던졌던 "입 이상하게 벌리지 말고 그냥 앉아" 라는 한마디 말이 나로 하여금 3년 동안 영어책을 전혀 들여다보지 않게 해 가슴이 아팠던 오래된 기억까지 떠올랐다고 하였다.

친구에게 위로의 말 대신 그 강사는 강사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나 역시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른 살도 안 돼 보이는 젊은 강사가 마흔이 넘은 학부모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굴었다면 그 사람은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거나 인격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풀어버리라고 말해 주면서도 상처받았을 아이들이 자꾸 스쳐지나갔다.

친구는 그 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도 안 올 정도로 모욕감에 기분은 나쁘고, 화가 나지만 교사라는 자신의 본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가 됐다고 한다.

요즈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지는 만큼 부모들은 아이의 생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한다는 말로 끝나는 친구의 전화는 씁쓸한 기분과 더불어 항상 뇌성마비인과 생활하는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비춰보는 거울이 됐다.

친구가 겪은 우울한 일화는 현재 아이들의 교육이 흘러가고 있는 한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또한 남의 사정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바쁜 사회, 손익계산이 정확한 시대 속에서 나만을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어져 인간미를 잃어 가는 세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는 어른들이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어른의 몫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부터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서 하도록 하자.

최명숙 최명숙블로그 (cmsook1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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