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 산사로 오르는 길은 마음이 설레고 정갈해 지는 시간입니다.

산머리에 걸린 햇살은 하루의 시름을 반쯤 덜어주고 계곡물 소리는 제 소리를 더하며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에 시달린 귀를 맑게 씻어줍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는 오르느라 조금 가빠진 숨을 고르게 하고 이마의 땀방울을 씻어줍니다. 바람이 옷깃을 쓸고 가면 싸하니 가슴이 설레고, 저녁예불시간을 알리는 범고 소리와 범종소리에 두 손 모아 합장하는 마음은 차분히 비어갑니다.

백단향 냄새 그윽한 법당 안에서 두 손 모아 드리는 삼배는 나를 향한 반성의 시간이 되고 부처님과 나누는 무언의 대화는 다가오는 한 주를 새롭게 맞게 해줍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힘들고 불편한 삶인 것을 투정도 하고, 늘 사무실에서 만나는 뇌성마비인들, 치료와 교육받고 돌아가는 뇌성마비아이들의 웃음이 너무 예쁘고 행복해 보여 감사한 마음이 들고, 그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것이 진정 나의 일인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는 이야기도 합니다.

시 한편 들려 드리고 나서 가슴에 와 닿으시냐고 여쭤 보기도 하고, 스승의 날에 편지와 함께 보낸 수필집 두 권을 받고 "네가 있어 1년이 기쁘단다" 하시며 칠순의 선생님께서 뒤늦게 전화를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훌륭한 제자는 못되는 것 같고 스승의 제자사랑도, 제자의 스승에 대한 존경도 예전 같지 않은 요즈음 이런 선생님을 모시고 있음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일상사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내 서있는 자리에서 조금 더 낳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 게을리 하지 않게 해달라는 서원도 합니다.

늘 부처님은 온화한 미소로, 어떤 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또 어떤 날은 보일 듯 말 듯한 손짓으로 답을 해주실 뿐입니다.

이렇게 산길을 올라 산사에서 잠시 쉬고 내려오는 날은 거추장스럽던 옷을 벗어던진 것같이 가벼운 발걸음입니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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