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일본에 사는 야스모토 선생에게 편지가 왔다.
어제 아침에 도착한 편지는 한글로 주소와 이름을 또박또박 써내려 가고 내용의 일부도 한글로 쓰여져 있었기에 "아∼"하는 탄성을 터뜨리게 하였다.
두 달전 서투른 나의 일본어 실력을 양해해주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어를 배워보라고 한 나의 편지에 대한 야스모토 선생의 답장은 눅눅하게 가라앉는 장마철날씨를 맑게 개이게 해주었다.
간단한 안부와 날씨, 근황에 대해 묻는 몇 줄 안 되는 한글문장은 일본연수를 가서, 버스운전 기사와 지하철역무원의 친절한 배려에서 느꼈던 느낌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지난해 가을, 일본의 장애인들과 같이 한국에 초청받아 왔을 때
"나는 오토다케와 같이 용기 있고 성공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장애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가려, 이룰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하며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이 가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라고 하였던 그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편지에 동봉한 "히로시마 여행사진"은 스스로 자립생활을 꿈꾸며 즐거운 삶을 사는 그의 생활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였다.
또한 잔잔한 호수를 배경으로 밝게 웃고 섰는 일본뇌성마비장애인들 중에 작년 가을 한국에서 만났던 낯익은 얼굴들이 있어서 반가움을 더하였다.
짧은 한글편지에 담긴 야스모토 선생의 마음, 사람의 기분이나 입장을 살펴서 행동하고자 하는 사려 깊은 그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나 역시 아직 서투른 일본어 솜씨로 짧은 답장을 쓰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깊은 우정을 담고, 머지 않아 일본어로 쓴 긴 편지를 보내고, 한글로 쓴 긴 답장을 받을 날을 기약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