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발자국소리는

막차만 남은 간이역 앞 은사시나무 잎새에

머물렀다가 지나가는 바람소리

노을도 어둠 속에 갇힌 막차시간

기차가 내려놀 갈 기적소리

덩그마니 홀로 남겨진 공간에서

홑어져버릴 시간인데

지극리 평범한 몸짓으로 그려낸 사랑은

무심한 강물 한줄기 되고

허물어진 가슴은

강변의 수많은 조약돌이 되어 남았네

이슬이 영롱하게 맺힌 아침이 오면

사랑했던 기억들은 모두가 추억이 되지 않고

더러는 저물어가는 산머리에 노을젖은 나무로 놓이더라

더러는 강가를 배회하는 물새의 노래가 되더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농부의 기쁨도, 아름답던 단풍도, 푸르던 가을 하늘도

놓고 가려합니다.

바람결에 나뭇잎 다 떨구는 나무처럼, 막차를 기다리는

여행자처럼 가을은 떠나려 합니다.

모두가 가슴 따스한 겨울을 맞이 하면 좋겠습니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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