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누군가 말했다. 서른... 새로운 시작임을 고한다.

우리 이승으로 잠깐 소풍나왔다 저승으로 가는 운명이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은 내게 있어 하나의 설레임이고 희망이었다. 그 날은 소풍가방에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넣을 수 있고 어머니가 아껴주신 500원짜리 주화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친구들하고 맛있는 사먹거나 요긴하게 쓰라며 주신 돈...쭈쭈바를 하나 물 수 있어 좋았다. 기차를 타고 가던 5학년 봄소풍 생각이 난다. 난 삶은 달걀 2개와 종이에 싼 소금 그리고 칠성사이다를 준비했다. 그리고 점심으로는 어머니께서 새벽에 정성들여 싸주신 김밥이 은박지에 덮여 있었다. 달리는 기차 창문밖으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내 뒤로 지나가고 있었다. 정말 신기했었다. 소풍 날 항상 눈에 띄던 야바위꾼 아저씨들 코묻은 돈을 노리는 자들이었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나보다. 아이들의 피를 빨면 얼마나 나온다고... 장기자랑 시간에 노래나 춤을 추면 학용품을 상품으로 탈 수 있었다.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보물찾기였다. 산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상품에 눈이 멀어 뱀에 물리는 한이 있더라도 찾아야만 했다. 필사적인 친구들은 나무를 타기도 했다. 그러다 떨어져 다리에 깁스를 했던 친구가 문득 생각난다. 그 친구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련한 추억의 그림자가 나의 오늘 밤을 드리운다.

김광욱씨는 현재 한국빈곤문제연구소 비상근간사로 일하고 있다. 1살때 연탄구덩이에 떨어진 장난감을 주으려다 구덩이에 머리부터 빠지는 바람에 화상장애인이 됐다. 그는 조선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학원강사 등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그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얼굴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과천청사앞에서 화상장애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화상장애인 인권확보를 위해 세상과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5월부터 테스란 이름으로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에 취업실패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사이트에 올린 180여건의 경험담은 최근 '잃어버린 내 얼굴'이란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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