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어느날. 노동부로 부터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귀 보육기관에서 종사하는 취사부에게 제공하는 임금이 최저임금제도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임금대로 주었는데, 최저임금제도를 위반했다니? 하긴 당시에는 퇴직금도 없었고, 시간외 근무수당도 없었고, 기본 임금 자체도 열악했다. 결국 정부에서 정한 임금 자체가 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제도를 위반했다는….

2000년 4월에서 7월까지 장애인생활시설 종사자들이 비를 맞아가면서 국회 앞에서, 한강 고수부지 앞에서 시위를 하였다. 급기야는 시설장들이 직원들에게 자신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로 고발하라고 독촉하는 일이 생겼다. 종사자들이 시설장을 고발하다니….

결국 이러한 투쟁끝에 장애인 생활시설은 2교대를 쟁취하였고, 2003년도에는 아동복지시설과 노인생활시설에도 2교대가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2교대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동시에 그들의 임금은 어떠한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은 5호봉에 이르기까지 년봉 1,800만원도 되지 않는다. 어떤 시설장은 미국 비자를 내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다가 1,800만원도 되지 않는다고 비자를 받지 못했다. 결국 정부에서 정한 임금 자체가 정부에서 정한 저소득층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수정하려는 노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자격과 수준, 그리고 질을 논하기도 하고, 종사자의 태도를 문제삼기도 한다.

요사이 여성부는 보육사업을 가져가기위한 이유 중의 하나가 보육시설 종사자의 95%가 여성이라는 면을 강조한다. 어떻게 보면 이 사실 자체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다.

왜 보육시설에 남성 종사자가 적을까? 보육시설에 남성종사자는 불필요한 존재인가? 만일 그렇다면 자녀의 양육은 철저하게 여성의 몫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녀의 양육이 남성, 여성 모두의 몫이라면, 보육시설의 종사자 역시 남녀 종사의 비율이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보육시설이 되었든 유치원이 되었든, 아니 여타 다른 사회복지 시설이든 간에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남성과 여성 양성을 모두 균형있고도 차별없이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경험할 수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복지시설 종사자의 처우가 너무도 낮기 때문이다. 이것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질 높은 전문가도, 남성 직원도, 그리고 복지의 질도 높아지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복지현장의 직원들은 박봉에 시달린다. 요사이 사회복지사유권자연맹이 결성되었다. 복지관들이 노조의 출범으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노조는 누구를 대상으로 권리 투쟁을 하고 있는지! 이러한 투쟁에 대하여 정부에 정한 대로 저임금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그리하여 구조적 한계 안에 있는 복지분야의 직원들의 기본권은 누가 조정해야 하는지? 시설 위탁자나 운영자도, 직원도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여기에 피해를 보는 것은 복지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당사자 이다.

전교조와 교장과의 낯 뜨거운 투쟁을 보면서, 의약분업 당시 머리를 깎고 집단이기주의라는 낙인도 불사한 채 투쟁하는 부유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면서, 건강보험 조합, 국민연금 그리고 각공 공사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보다 나은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배부른 투쟁에 앞장 서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부끄러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노동자도, 근로자도, 그렇다고 공무원이나 전문가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복지 현실에서 수고하는 복지종사자들…. 언제까지 봉사를 강요받아야 하는가? 언제까지 하나됨 없이 기본적인 권리 조차 누리지 못하고 눌려 살아야 하는가?

이젠 일어서야 한다.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며, 그래야만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들의 복지권도 향상된다는 사실을….

의사집단보다, 여러 노조보다 더욱 명분있게, 그리고 더욱 전문적인 위상을 높여가면서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처럼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는 이 때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학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이 나라의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 단합되고 응집력 있는, 영향력있는 집단으로스의 깃발을 올려야 할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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