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에 대한 반대를 시작한 지 벌써 2개월이 지났다.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의 돌출발언(사실은 계획된 언행)과 돌발적인 정책결정 선언이 내려진 이후 사회복지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한국보육시설연합회가 전격적으로 반대운동을 전개하였다. 공대위 대변인인 필자는 논리적으로 가장 강력한 반대를 하는 운동의 선봉장이었다. "김화중 장관 복지를 빼고 보건만 할 것인가?"라는 글 부터 시작하여 글과 펜의 힘을 통하여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비판을 하면서도 도대체 김화중 장관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기에 노무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세웠을까? 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혹 한번도 대면도 하지 않고 지나치게 인신공격적인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러나 결국 대면할 날이 오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이 일을 도우면서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2일 드디어 김화중 장관을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차분하게 한마디 한마디 던져지는 말 속에 김화중 장관의 인격됨과 일하는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한계, 자신의 능력의 부족,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자신의 결단을 늘어놓는 장관의 이야기는 비록 설득력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뜻을 가지고 내놓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대화가 진행되면 진행될 수록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은 무슨 이유때문일까? 장관은 자신이 1조 8000억이라는 보육사업 예산정을 세운 당사자라는 것을 한껏 자랑한 뒤, 여성부로 옮길 수 밖에 없는 웃기는 변을 늘어 놓았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였다. 이후의 모든 이야기는 의약분업, 사스(SARS), 건강보험에 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는 복지에 관련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장애인 부분의 얘기도 하였지만, 역시 장애인 복지 부분을 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 노동부, 건설교통부로 찢어놓으려고 하는데, 장애인 당사자들이 막으니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할 뿐이었다.

왜 장애인 복지를 찢어놓으려고 하지!

이 이야기를 듣는 우리 자신이 더욱 답답하였다. 장관의 답답한 마음을 읽으면서 느끼는 자의 답답함이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복지에 대한 문외한이 말하는 아마추어리즘에도 이르지 못한 그 언행이 복지에 몸답고 있는 사람을 더욱 답답하게 할 뿐 아니라 복지의 미래를 어둡게 바라보게 하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6월 12일 사회복지협의회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여성부 장관을 초청해서 토론하는 자리에서 김화중 장관은 더욱 답답한 분위기를 절정에 이르도록 하고 말았다. "당신들이 반대해도 나는 줄 것이요." 아니 보육사업이 김화중의 것인가? 누가 김화중의 것으로 인정했단 말인가? 이렇게 복지담당자를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 5월 28일 부천에서 김화중 장관을 초청하여 시민과의 대화를 하는 자리에서도 그는 복지와 관련된 말을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마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모르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옳으니까. 그런데 왜 보육에 대해서 모르면서 혼자 결정하고, 혼자 주겠다고 인심을 쓰는 것일까? 복지에 대해 모르면 가만히 있지, 왜 장애인도 찢고, 보육도 찢고, 사회복지사도 찢고, 가정복지도 찢겠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1시간 여동안 김화중 장관과의 대화는 "보육사업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받는 것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이는 공허한 이야기일 뿐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 약속은 "당신들이 반대해도 나는 주겠고. 이 말을 하고 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서 오늘 나왔소."

이제는 방법이 없다. 김화중 장관을 위해서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떼내어 행정조직법을 개편하여 보건부 장관에 앉혀야 한다. 아니면 지금 당장 보건복지부 장관자리에서 그만두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복지는 파편화되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김화중 장관이 보건복지부에 계속해서 자리에 앉게 되면 이러한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다. 보육은 여성부과 교육인적자원부, 청소년는 여성부와 문화관광부, 노인은 노동부와 국방부, 아동은 교육인적자원부와 환경부, 장애인은 노동부, 문화관광부, 건설교통부, 교육인적자원부로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김화중 장관, 그는 분명 인간성과 사람됨은 괞찬아 보였다. 그러는 그는복지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보건에 대해서는 민첩했고, 그의 머리 속에는 복지가 아니라 보건으로 가득찼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머리에도 없는 말을 입으로 불쑥 꺼낸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의 복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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