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캐나다에 살고 있는 장애인 캠프에 참석했었다. 휠체어를 탄 중후한 장애인 친구는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친구나 그와 함께 캠프에 참석한 어머니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4일간 함께 지내면서 확인한 것은 그는 언어장애가 있었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소형키보드(Key-board)의 자판을 누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말들이 음성으로 들려졌고, 그것으로 의사소통은 웬만큼 해결되었다. 요사이 유아들을 위한 놀이기구 중 피아노건반모양으로 만들어져서 '도'를 누르면 호랑이가 튀어나와 "어흥"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작동되었다.

캐나다 뱅쿠버의 'Sunny Hill Foundation'을 방문했다. 장애인들의 재활을 전문적으로 돕는 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재활병원의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규모나 서비스의 수준도 대단했고, 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찾아오는 재가장애인이 70%, 기관 내에 입원한 장애인이 20%, 그리고 재가 장애인을 찾아가서 서비스를 주는 것이 10%에 해당되었다.

이 기관을 통해서 내가 특이하게 본 것은 장애인들을 위한 보장구를 제작하는 공작소가 이 기관 내에 있었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의 장애정도를 진단, 사정하고, 그에게 맞는 보장구(재활기구)등을 직접 제작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캘거리에서는 재활기구를 판매하는 곳을 방문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재활기구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에 비하면 약30배 정도의 규모가 되었다. 제작하고, 판매하는 그 곳의 용품들을 살펴보면 중증 장애인들을 편하게 만드는 침대, 소파, 의자부터 손, 발, 척추 등에 적절한 기구들, 워커, 휠체어, 전동휠체어, 좌변기를 비롯하여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다양하고 매우 많은 종류의 재활기기들이 산재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백화점에 갔을 때 돈만 있으면 다 사고 싶은 구매욕구가 재활기기 가게에서도 발동하고 말았다. 장애인의 일상 생할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보조기구를 바라보면서 신체적 한계를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접근권, 이동권에 관한 논쟁이 치열하다. 치열하다 못해 목숨걸고 투쟁하고, 거기에 마치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직도 영세한 가게에 불과한 재활기기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들이 너무도 많다. 게다가 중요한 물품들은 외국에서 현지가의 3배정도 되는 돈을 지불하고 구입해야 한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장애인의 몸과 어울리지 않는 기구들을….

안타까운 것은 애프터 서비스도 보장이 안되면서 결국 장애인들의 삶은 이래저래 힘들 수밖에 없다. 돈은 돈대로 들고, 힘은 힘대로 들고, 생활은 생활대로 하기 어려운 고통의 연속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해서 1시간 반을 죽치고 있었다. 그리고 장애인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을 보았다. 1시간 반동안 약10대의 차량이 장애인 주차마크도 없이 주차하고, 남부럽지 않게 떠나갔다. 아무도 단속도 없고, 그들에게는 수치심도 없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1시간 반동안 장애인 주차 마크가 부착된 많은 장애인 차량을 보았지만, 그 차에서 내린 장애인을 찾기란 대단히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1명의 장애인을 보았을 뿐이었다. 비장애인들이 버젓이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하는 수준 낮은 작태를 보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장애인 주차장인가? 결국 어떤 장애인은 장애인 주차장을 빙 돌아서 엉뚱한 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수준이었다.

이젠 정부에서 장애인을 위한 재활기기산업의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에 가서 비싼 돈을 들여 사오고, 감격하고, 몸에 맞지 않는 물건을 몸에 착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의 재활산업을 발전시켜서 우리보다 살기 어려운 제3세계에 보다 싸게 판매하여 재활기기 수출강국으로 부상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국가의 수출경쟁력도 증진시키는 재활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시급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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