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행정에 있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바우처(Voucher)제도가 있다. 현금과 현물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서 "증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에도 부작용과 한계가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현물, 현금 서비스와 함께 활용하고 있다. 가능하면 소비자의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증서를 가지고 선택해야 할 시장이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처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바우처 제도는 더많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이 보장구를 구입하러 가지만, 장애인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하나같이 보장구 업체들이 영세할 뿐 아니라 과학적이고 인체공학적인 관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일부 보장구 업체는 다른 보장구 제작소를 이용하여 제작한 것을 받아서 판매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보장구 업체의 이중이익을 부담해 가면서 지불해야 한다.

장애인 생활시설도 마찬가지이다. 사회통합과 재가복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하면 장애인 가족의 부담만을 가중시키는 경향을 조장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들이 가족의 부담과 관계 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직도 추정장애인 수의 1%만이 생활시설에서 생활하고 있고, 상당수의 장애인들은 열악하기 그지 없는 비인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가족들은 생활시설에 맡기고 싶은 장애인들이 있어도 그러한 시설을 찾을 수 없는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용할 서비스가 태부족인 오늘의 현실에서 바우처 제도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영유아를 비롯한 장애아동의 재활체계도 그러하다. 전국에 63개 특수유치원의 65개 특수학급, 일반유치원을 이용하고 있는 416명의 장애아동들, 약 70여개 장애아전담보육시설을 이용하는 2,000여명의 장애아동들과 일반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약800여명의 장애아동들, 이외에는 장애인복지관의 치료교육실과 조기교실, 그리고 사설기관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은 법체계, 확보된 인력체계, 경제적 부담이나 서비스의 질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장애아동 가족들은 이러한 서비스를 선택권 없이 이용하고 있다.

결국 서비스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편에서는 교육이냐 보육이냐, 통합이냐 전담이냐 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논쟁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 분야의 예산을 배정할 때에는 생산성을 따지거나 중앙이나 지방이냐라는 관점, 그리고 관계부서의 힘의 논리가 작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장애인부분의 예산은 언저리 예산으로 결정되는 듯한 읺상을 지울 수가 없다. 가끔 수억을 받고, 수백억을 받아 정치자금에 썼다는 등의 기사들, 수백억의 예산을 긴급수혈하고, 지체없이 조성해서 지급하는 등의 정치와 행정관련 기사를 보면서 힘이 빠지기도 하고, 열이 치솟는 것은 웬일일까?

선택할 것도 없는 상 위에서 주는 것만 받아먹어야 하는 것이 장애인 복지인가? 이것이 그래서 10000불 시대를 넘어서 20000불 시대로 가는 나라의 복지현실인가?

장애인 복지, 장애인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 역시 경제논리가 적용되는 시장을 가지고 있다. 이 시상은 보다 다양해야만 이익이 많이 남는다. 경제논리, 경영논리로 적용해서 이 분야가 생산적인 분야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마치 선진국에 가서 장애인 관련 기관을 돌아보고, 관련 업체를 돌아보면서 외화를 사용하는 일들이 우리 나라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장애인복지시설과 관련 재활산업현장을 돌아보면서 관광하고 투자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야 한다. 동남아, 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등 우리나라 보다 어려운 나라들에게 대한민국이 재활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나라를 이룩하려는 비젼을 갖고 나아가야만 한국의 장애인들이 수혜자가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게 될 것이다.

동시에 장애인 복지,교육, 현장에 있는 운동단체, 전문가, 그리고 여러 기관들도 획일적인 논쟁보다는 다양하고도 포괄적인 논쟁의 장을 만들기 원한다. 그리하여 장애인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장애인이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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