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과 통신을 하나로 아우르는 '(가칭)방송통신발전에 관한 기본법'(이하 방통기본법) 제정안을 만들고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방통기본법에는 방송법, 전기통신기본법, 정보화촉진기본법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방송과 통신관련 법률의 기본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담는다 한다. 방통기본법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며, 11월 정기국회에 제출하여 법률을 제정할 예정이라 한다. 그리고 내년 방통위는 하반기에 가서 방송법, IPTV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을 묶는 '(가칭)방송통신사업법'을 제정하고, 2010년 이후 필요에 의하여 별도의 개별법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통합법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이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의 법제를 하나로 묶고 방송통신 융합 정책을 실행해나가기 위해서 설치된 기관이기에 방통위의 통합법제 추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방통기본법을 거론하는 이유는 방송과 통신관련 법률의 융합과정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방송과 통신의 소외계층문제(이하 소외계층)가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방통기본법의 구성은 총칙, 방송통신의 발전, 방송통신기술 진흥 및 인력양성, 방송통신발전기금, 방송통신 기술기준, 방송통신 재난관리, 보칙으로 본문 7장 54조, 부칙 10조로 되어 있다. 소외계층의 문제와 관련하여서 총칙내용 가운데 ‘방송통신 정책의 기본 이념에서 소수 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수립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러한 총칙을 바탕으로 각론에서는 방송통신 기본계획에서 공익성과 통신의 보편적 서비스의 내용을 포함하고, 방송발전기금의 용도에서 소외계층의 방송접근권 해소 등 문제해결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지난 6개월, 100일 동안 진행된 장애누리의 1인 시위를 비롯한 장애계의 싸움,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개선의 요구들이 있어서일까? 방통위 출범 초기에 장애인의 방송접근에 대한 낮은 인식에 비교하면 방통기본법에 담길 예정인 내용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방통기본법은 향후 방송과 정보통신 법률을 재편할 때 영향을 미치고 방송과 통신 정책 추진에 있어서 기본바탕이 된 다는 점에 있어서 소외계층의 방송과 통신 정책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계층의 방송과 통신접근과 이용에 있어서 불안의 요소는 여전히 잠재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방통융합에서 소외계층의 문제를 살펴보기에 앞서 방통융합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방송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고 이를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중에게 송신하는 것'이라 하여 방송콘텐츠가 그 중심에 있다. 반면에 통신은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라 고 하여 통신망과 서비스가 주가 된다. 이러한 방송과 통신이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방송은 단방향인 반면 통신은 쌍방이며, 방송이 공공성과 공익성의 역무에 의하여 비영리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통신은 보편적인 역무를 제외하고는 영리추구가 목적이다.

흔히 방통융합은 망의 융합, 서비스의 융합, 사업자의 융합으로 나눈다. 망(네트워크)의 융합은 통신망과 방송망의 구분을 없애 방송프로그램을 방송망만이 아니라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서비스의 융합은 방송과 통신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융합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든다면 조만간 실시 예정인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와 같이 지상파방송과 VOD(주형비디오), 데이터방송, 인터넷검색 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사업자의 융합은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구분을 없애고 사업영역의 혼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VoIP(인터넷전화)나 DMB, T-Commerce(방통융합 서비스의 하나인 전자상거래), 정보검색서비스 등이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방통융합은 일상생활에 유용한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방통융합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방송과 통신이라는 성질이 다른 매체의 수평적(대등한 관계) 결합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방통융합은 엄밀히 말하여 방송과 통신이 대등한 입장에서 수평적인 결합이라기보다는 방송이 통신매체에 흡수되는 형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진행되는 방통융합의 방향이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규제는 약화되고 통신이 가지고 있는 경쟁적이며 이윤추구를 가 방통융합에서 전반적인 흐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방통융합이 이러한 방향이라면 장애인등 소외계층에게 있어서 유용하거나 새로운 기회가 아닌 정반대의 양상이 나올 수 있다. 방송의 상업화 가속화되고 공익성의 약화되어 소외계층의 접근과 이용, 참여 등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방송 소외계층에 대한 공적의무가 지상파방송에 무게를 두고 추진되는 반면 상업방송에 대해서는 규제를 안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통신에서의 보편적서비스 정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로 T-Commerce같은 통신서비스에 장애인(특히 시각, 청각, 지적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방통기본법은 이러한 방통융합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소외계층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구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로, 앞서 말했듯이 방통기본법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 마련을 거론하고 있고, 기금사용에 대하여 언급을 하고 있지만 방통융합의 공익성 보다는 경쟁과 시장의 원리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방통기본법에서 소외계층의 문제는 장애인의 서비스 접근을 중심에 놓고 있어 서비스에 대한 이용과 참여의 문제는 취약하다는 점, 노인이나 다문화, 여성 등 다른 소외계층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과 디지털 기술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여 재해나 비상사태 때 디지털기술이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에게 제공할 수 있는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 통신의 보편적인 서비스라는 정책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안 보이고 있으며, 이원화된 통신과 방송 소외계층 정책을 일원화 하기 위한 고민들도 전혀 없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보건복지가족부(이하 복지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의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내용은 장차법 제21조제3항으로, 방송에 있어서의 차별과 관련한 내용이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장차법이 현재 진행되는 방통기본법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데 있다. 장애계가 방송사업자의 하나로 IPTV사업자의 추가를 요구하고 있으나 복지부는 이 의견을 받아드리려 하지 않고 있고, DMB나 데이터방송 등 방통융합서비스에 대한 규제도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여 규제를 완화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더욱이 복지부는 디지털화와 방통융합 추진으로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영화 등 영상에 대한 접근권마저도 의무조항이 아닌 권장 조항으로 고집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가 추진 중인 장차법 개정 행태는 장애누리가 지난 9월 초 성명을 냈던 바와 같이 장애인을 위한 부처가 아닌 업계를 대변하는 부처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방통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그리고 방송융합과 디지털기술은 장애인에게 접근과 활용이 가능한 환경만 만들어진다면 장애인들이 안고 있는 신체적인 어려움을 많은 부분 보완하는데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추진 중인 방통기본법으로는 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보탬이 되기보다는 장애이과 비장애인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 있다. 따라서 방통위나 국회는 방통기본법을 만들면서 이러한 문제를 충분이 인지하고, 인지한 된 문제를 해결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복지부는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부처인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장차법은 접고, 방통융합 환경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장차법에 IPTV사업자 등 해당 사업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기외의 미디어 접근권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률개정안 내용을 수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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