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웃음이 신체, 정신건강에 매우 긍정적 효능을 발휘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렇게 좋은 웃음이 자신도 웃어 좋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더 좋을까?

영국의 처칠이 상원의원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거전을 치를 때의 일이다. 상대 후보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처칠을 겨냥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 게으른 사람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말을 들은 처칠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상대 후보의 말을 반박하는 대신에 "여러분도 나처럼 예쁜 아내를 두었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겁니다"라는 조크로 응수했다.

영화배우 출신으로 미국 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나이 많음을 문제 삼는 상대측의 먼데일 후보를 겨냥해 "나는 이번 선거에서 먼데일 후보의 나이 적음을 문제 삼지 않겠 습니다"라고 응수해 미국 국민들에게 신선한 유머감각을 펼쳐 보였다.

정치생명을 건 치열한 선거전에서도 위트와 유머를 잃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능력과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고 승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이후 두 사람 모두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물론이다.

유머는 그것을 지닌 사람을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유머를 가까이 하는 게 쉽지 않다. '장애' 그것이 인생에 무게를 더해 우리를 '웃음'에서 멀어지게 하고 '심각'을 떠안고 살게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장애인들에게 유머가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무엇이 먼저일까? 장애를 받아들이면서 마음에 여유를 찾고 그래서 웃음을 되찾는 것과 유머를 익힘으로써 그 긍정적 효과가 마음에 영향을 미쳐 자신의 장애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 중 말이다. 확실한 것은 유머감각을 기른다고 인생에 해가 될 것은 전혀 없으며 또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유머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유머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내용들 중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몇 가지를 소개 드린다.

첫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억해 두라. 내 것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유머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고 조금이라도 재미있으면 맘껏 웃어라. 나의 유머감각을 기는데도 좋은 영향을 얻을 수 있다. 셋째,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라. 책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얼마 전 청와대의 한 행사에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께서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감동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장애인이다"는 말씀을 하셨다. 사는 것이 그럴 진데 '유머'를 가지면 비장애인이 그것을 가진 것보다 얼마나 더 좋을까?

나 역시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장애인들이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잘 안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또 함께 하는 많은 분들을 위해 같이 노력해보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심준구는 초등학교 때 발병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해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후 장애에 대해 자유케 됐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해 장애인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국가공인컴퓨터 속기사가 됐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지상파TV MC가 됐다. 대통령이 주는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ITV경인방송에서는 MC상을 수상했다. 현재 KBS, MBC, SBS 등 자막방송 주관사 한국스테노 기획실장, 사회 강사,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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