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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이야기 17, “이젠 내가 안 가봐도 되겠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1-22 14:57:24
“귀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확진되셨으므로 감염병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 등에 따른 격리 대상임을 통지합니다. 또한 귀하의 동거인이 10일간 준수하여야 할 권고사항을 함께 안내해 드리오니 동거인에게 본 문자를 공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기침과 목의 통증이 찾아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은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게 된 당황스러움은 생각보다 컸다. 그동안 자취방에서의 식사는 아침이나 저녁 한 끼만 먹는 날이 많았고,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찾아와 주는 지인들도 있었기에 큰 걱정 없이 지내고 있었지만, 당분간은 격리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누군가를 집으로 부르기도, 방문하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그동안 단단하다고 느끼던 독립생활의 버팀목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느낌으로 혼자만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할지를 고민했다. 아무도 올 수 없고, 확진자인 내가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격리 기간을 진정한 독립의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

현실적인 과제 중 으뜸은 식사였다. 갑작스럽게 양성 판정을 받았기에 본가에서 받은 반찬도 없었고, 배달료도 부담스러우니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만드는 방법을 모르거나 시간이 많이 걸려 포기했던 음식들 위주로 만들어 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찾아 만들 수 있는 음식을 확인해 보고, 조리법은 유튜브와 인터넷을 참고 후 조리에 들어갔다. 재료들을 손질하고 인덕션으로 끓이고 양념을 찾아 본가에서 눈대중으로만 보던 방법으로 마무리를 했다. 만들고 보니 2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 있었다. 가족들은 30분 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4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처음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만들고 싶은 음식을 정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재료들과 생활용품들을 주문해 두었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이 욕실 청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봄맞이 대청소와 같이 날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욕실 내부가 좁아 구석구석 청소할 곳이 많았지만, 제대로 청소하는 법을 알지 못했었다. 식구들과 같이 살 때는 욕실 청소에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다. 몸이 불편한 아들이 이곳저곳을 보는 게 불편하고 위험하게 보이셨으리라. 그러나 자취방에 온 이상 누구도 대신해줄 수도, 해달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시간도 많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안부를 핑계로 본가에 전화를 걸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너는 지금 환자다 제 컨디션도 아닌데 그러다 다치면 큰일 난다” 였다. 코로나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았기에 실제로 욕실 청소를 시작한 것은 확진 후 4일이 지나서였다.

역시 휴대전화 검색으로 찾은 동영상들을 보며 느리지만 천천히 움직였다. 낮에 시작한 욕실 청소를 끝냈을 때는 저녁 뉴스가 시작될 무렵이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숙제 하나를 마무리한 것 같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 이후 하수구가 막힌다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가족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직접 겪어 보는 입장에서의 코로나19는 상당히 아팠고 고통스러웠다. 누군가가 네게 1억을 줄테니 다시한번 코로나에 걸려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육두문자가 나올 만큼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고, 고령자분들이 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짧을 수도 있는 일주일간의 격리 기간을 통해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일들, 그중에서도 70대 중반의 부모님이 방문해 해야 하는 일들을 하나라도 줄일 수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었다.

그 일 이후로 “생각보다 혼자 알아서 하니 안 가봐도 되겠지?”라는 말을 가족들이 직접 하는 횟수가 늘고, 부모님의 여유시간도 늘어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일주일간의 코로나 격리 기간은 고통스러웠지만, 마냥 헛되지는 않았던 시간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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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현석 (dreamgm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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