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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잡’ 뛰는 정신장애인, 행복할까?

나의 취업 이야기-3

쉽지는 않지만 슬기롭게 임하면 좋은 경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1-18 09:14:40
나의 사랑스러운 명함들. ⓒ조미정 에이블포토로 보기 나의 사랑스러운 명함들. ⓒ조미정
계속 말해왔다시피 나는 법외정신장애인이다. 조현병 스펙트럼(범주성) 장애의 일종인 조현형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다. 평상시에는 평정을 유지할 수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증적 증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나는 스트레스에 약한 편이라 꾸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편이다.

내 직업은 세 개다. 다시 말해 나는 ‘엔잡(직업이 여러 개)’을 하고 있다. 하나는 정신장애인 관련 센터의 계약직 상근 직원이다. 당사자 직원으로 입사하여 SNS 관리부터 간단한 서류 작업, 뉴스레터 및 카드뉴스 발행 업무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지금은 능력을 인정받으며 다니고 있고, 내가 지은 문구가 적힌 텀블러가 센터 답례품으로 나가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의 대표이다. 2021년 단체준비위원회 설립 당시부터 함께했다. 세바다는 나의 첫 사회생활이기도 하다. 나는 세바다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바다의 첫 성명서가 내가 태어나서 처음 써본 성명서였고, 세바다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회를 얻었으며, 단체도 외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2021년 가을부터는 정식 단체의 대표로서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 중이다.

마지막은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다. 이 글을 연재하는 바로 이 지면이다. 정신장애계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일들과 생각들을 법외정신장애인이자 신경다양인의 관점에서 정리해 칼럼으로 내고 있다. 신입으로 지원해 활동하기 시작한 지 1년도 안 되었기에 경력은 짧다. 그러나 칼럼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감사할 따름이다. 원고료로 소소하게 용돈을 버는 재미도 있다.

직업이 세 개이다 보니 명함도 세 장이다. 외부 인사와 명함을 교환할 때면 나만 쭈뼛거리며 세 장을 꺼낸다.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잘 꺼내지지도 않는 명함들을 힘겹게 건네주면 명함이 세 장이나 된다고 놀란다. 그러면 좀 민망하기도 하다.

겉보기에는 또래보다 아주 조금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나를 원하는 곳이 세 곳이나 되니 말이다. 게다가 대학 졸업 당시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교류하는 지금은, 변변찮은 직업과 수입이 없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때보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러나 그런 삶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첫 직장에서 해고된 이유로 추측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단체 일과 본업의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한 것도 있었다. 지금도 균형을 맞추기가 조금 어렵다. 단체 행사는 본업과 관계된 출장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할 뻔했고, 본업 근무 시간 중에도 단체 연락이 종종 들어왔다.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은 ‘엔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지만, 신경다양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기도 하다.

근무 시간도 물리적으로 많다. 본업이 한가할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본업과 단체 일 때문에 저녁 내지는 밤까지도 일해야 했다. 오전과 오후에는 본업을 하고, 저녁에는 단체 회의나 업무를 하느라 피곤함을 느꼈다. 운이 없을 때에는 일주일 내내 휴일 없이 일한 적도 있다. 결국에는 면역력이 약해져 코로나-19에 걸려 호되게 앓아야 했다.

월 2회 칼럼을 연재하는 일은 비교적 수월해 보인다. 본업을 구하기 전까지는 월 3회까지 순조롭게 칼럼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본업과 단체 일이 바빠지면서 월 2회 정기연재가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바빠서 칼럼을 쓸 시간이 없었던 적도 있고, 일만 하다 보니 글감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기도 했다. 어떤 날에는 칼럼을 새로 쓰지 못하고 비축분을 보내기도 했다. 다행히 글이 잘 써질 때에는 또 잘 써져서, 지금까지 칼럼을 연재할 수 있었다.

바쁜 삶을 살면서 어려운 과제에 많이 도전하다 보니 동료 혹은 상사와의 다툼도 조금씩 생겼다.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날에는 취할 때까지 혼자 술을 마시기도 했다. 울어도 보고, 그만두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말려서 그만두지는 못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생기는 대로 참기도 하고 분출하기도 하니 잠잠해져서 마저 일하게 되었다.

엔잡’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활동으로, 정신장애인의 고립을 방지하고 인지 능력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되며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능력의 수준이 높고, 근무량과 노동강도도 상당하며, 사회기술을 적지 않게 필요로 한다. ‘엔잡’은 정신장애인에게 유익할 수는 있지만, 정신장애인이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특히 직업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엔잡’부터 시작하면 어떤 직업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스트레스 관리가 되지 않으면 ‘번 아웃(burn out, 정신적으로 소진되는 것)’이 오고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엔잡’을 슬기롭게 하려면 메인 직업을 두 개 이상 갖기보다는, 본업과 소일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 상근직을 본업으로 두고, 프리랜서로 글이나 예술 등을 하면 시간을 분배하기도 쉽고, 균형을 잡기에도 수월하다. 특히 상근직은 두 개 이상 하지 않는 것이 평판에도, 정신적으로도, 신체 건강에도 이롭다.

엔잡러(엔잡을 하는 사람)’는 정신적으로 소진되기 쉽다. 정신과 치료에 소홀하지 않도록 하고, 정신건강센터나 심리상담센터 상담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친구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취미를 하나 이상 두는 것이 좋고, 스트레스 관리에 유의하여야 한다.

엔잡’,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신장애인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쉽지는 않지만 슬기롭게 임하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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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조미정 (applemint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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