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총 37일간의 여행이라 길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각 도시별로 최대 일주일 정도씩 밖에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패키지 여행이면 하루에 4~5군데의 일정까지도 하면서 엄청난 관광을 할 시간이다. 하지만, 준비와 뒤처리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는 1~2번 패키지 여행을 해보니 짜여진 일정에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무조건 자유여행을 했고, 이번에는 특히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아이들 준비도 만만치 않아서, 하루에 한 군데 아니면 두 군데 이상은 여행하기 힘들었다.

​관광지를 편하게 많이 보는 것을 좋아하면 패키지 여행, 관광지 보다 현지를 좀 더 느끼며 천천히 여행하겠다 하면 자유여행을, 각자 선호하는 대로 하면 된다.

나는 후자이고 하루에 한 군데, 두 군데 여행이지만, 아무런 가이드 없이 우리끼리 주변도 둘러보고 찾아가는 과정이 여행의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유여행에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토론토 시티패스. ⓒ박혜정

자유여행의 팁을 하나 드리자면, 한국에서 미리 시티패스를 끊는 것이다.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들은 관광지 몇 개를 묶어서 입장권을 3~4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우리처럼 4인 가족의 경우 비용을 아주 많이 아낄 수 있어서 나는 토론토와 뉴욕의 시티패스를 미리 끊어왔고, 다른 이용권도 미리 예약을 하면 더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토론토 시티패스는 5개의 관광지인 CN타워,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 카사로마, 리플리 아쿠아리움, 온타리오 사이언스 센터 혹은 토론토 동물원(택1)을 할인된 가격에 갈 수 있다.

5군데를 모두 다 가면 당시에 1인당 110$ 정도인데 시티패스는 65$에 샀으니 사서 두 군데만 가도 본전은 하는 가격이었다. 어쨌든 그래서 우리는 시티패스 관광지 위주로 가기로 했다.

유럽 중세 느낌의 건축물, 카사로마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목에 걸고~. ⓒ박혜정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자고 난 다음 날, 푹 쉬고 아점을 먹고 나왔다. 오늘 우리는 토론토의 명물로 알려진 유럽 중세 시대의 대저택을 모방해 지어진 '카사로마'라는 곳에 간다. 아이들에게 유럽 중세 느낌의 건축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나도 토론토의 명물이라는 카사로마를 보고 싶었다.

아주 옛날 건물임에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경사로와 화장실, 엘리베이터까지 있었다. 그래서 대저택의 2~3층 침실까지도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요청을 하면, 오디오 가이드 기계를 대여할 수 있는데, 영어, 불어, 스페인어, 심지어 한국어도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애들이 자기들도 하겠다고 해서 3대를 빌렸다. 목에 걸고 딱 한 번 들어보고 재미가 없으니 별로 안 듣더라는...ㅋㅋㅋ 계속 목에 걸고만 다녔다.

이렇게 카사로마를 갔다가, 숙소로 오면서 천천히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전시장도 보고 마트도 들렀다가 숙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캐나다 최대의 리플리즈 아쿠아리움 캐나다. ⓒ박혜정

다음 날은 리플리즈 아쿠아리움 캐나다를 갔다. 캐나다에서 가장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며, 1만6000여 마리의 해양 동식물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놀거리가 아주 풍부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우리는 그 전에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의 아쿠아리움을 갔었기 때문에 비교하며 보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캐나다의 아쿠아리움은 정말 상당한 규모라 볼거리도 너무 많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놀거리가 정말 많았고, 과학적인 원리를 알려주는 놀이들이 많아서 좋았다.

아이들의 놀거리, 과학적인 놀이가 많았던 아쿠아리움. ⓒ박혜정

아쿠아리움에서 진이 빠지도록 신나게 놀고,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CN타워에 갔다. 1976년에 완공되어 147층 높이의 전망대로 토론토의 전경과 온타리오 호수, 야구경기장, 토론토 아일랜드 등을 볼 수 있다.

토론토의 전경을 볼 수 있는 CN타워. ⓒ박혜정

특히 이곳에는 글래스 플로어(유리 바닥)가 있어서 사람들이 누워 보기도 했다. 올라가서 아래를 보면 높이가 정말 아찔하긴 했다. 그러나 겁대상실 휠챠녀인 나는 크게 무섭지 않았고, 나를 닮은 현혜는 아예 벌러덩 누워 버렸다~

그.러.나. 고소공포증과 의외로 겁대를 풀장착한 홍쓰방은 유리 바닥 근처도 못 오고 멀찍이 보고 있었다.ㅋㅋ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스카이휠을 타고도 손잡이를 꼭 붙들고 있더니, 지금도...ㅎㅎ 홍쓰방~ 겁대상실 여자들 모시고 다니느라 고생이 많아요~ㅋㅋㅋ

글래스 플로어에서 겁이 없는 우리집 여자들. ⓒ박혜정

다음 날은 토론토 동물원을 갈까 하다가 샌디에이고에서 많이 봤으니, 온타리오 사이언스 센터를 가기로 했다. 토론토 시내에서는 더이상 눈이나 비는 안 왔지만, 춥고 흐렸기 때문에 야외 동물원 보다는 온타리오 사이언스 센터를 간 게 훨씬 좋았던 것 같다. 다양한 과학적인 체험이나 놀이도 많았고, 아이들이 무척 신나했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온타리오 사이언스센터. ⓒ박혜정

밴쿠버보다 날씨가 더 춥긴 했지만, 토론토 여행은 별로 허탕치거나 일이 꼬이는 경우도 없었다. 또, 나이아가라 폭포를 다녀와서 렌터카를 반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

토론토 시내에서도 주차 요금이 장난이 아닌데다, 건물 주차장이 아닌 무조건 Public(공영) 주차장에만 주차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암튼 나이아가라에서도 너무 좋았고, 토론토 와서도 애들이 신나 하는 곳을 많이 다녀서 참 순조로운 토론토 여행이었다.

퍼스트클래스로 무료승급도 받고 순조로웠던 토론토, 안녕! ⓒ박혜정

마지막까지 너무 좋았던 한가지는, 토론토에서 델타항공을 타고 뉴욕으로 가는데 퍼스트클래스로 좌석을 무료 승급을 해주는 거다! 내 기억으로 꽤 많이 여행을 다녀 본 중 2~3번 좌석 승급을 무료로 해주는 경우가 있었지만, 웬만해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횡재한 듯, 뭔가 딱 맞아 떨어지고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11년 전에 있었던 뉴욕, 내동생이 기다리는 뉴욕으로 갈려니까 나도 더 설레고, 애들은 이모가 사 놓았다는 헬로키티 캐리어를 잔뜩 기대하며 출바알~!

안녕~ 토론토, 안녕, 캐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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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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