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밴쿠버를 뒤로 하고 우리는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와서 렌터카를 바로 찾았다. 렌터카비가 미국에 비해 저렴한 캐나다이기도 하고, 공항에서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로 가서 2박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렌터카를 2박3일 동안 11만원에 빌려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날씨 때문에 실망하고 아쉬웠던 밴쿠버보다 토론토는 더 춥고, 눈, 비까지 내려서 렌터카를 타고 가는 내내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 더 궂은 날씨에 토론토 여행도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캐나다의 초겨울을 느끼며 그 안에서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 보자고 생각했다.

공항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약 130km 정도의 거리라서 한 시간 반 정도면 도착을 하겠지만, 날씨 탓에 거의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 깨알 정보 하나! 공항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로 가는 길을 네비에 검색하면 407번 도로는 유료도로, 403번 도로는 무료도로이다. 둘 다 거리는 거의 같아서 시간도 거의 똑같으니 무료도로로 설정해서 가야 한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비와 눈이 내린 토론토 첫날, 눈사람부터 만들겠다는 아이들을 숙소 곰돌이로 달래 숙소에 왔다. ⓒ박혜정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의 숙소는 대부분 상당히 비싸다. 지금은 코시국이라 가격이 좀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는 보통 1박에 20만원 이상이었다.

만약 숙소에서 폭포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가격은 더 후덜덜 했다. 휠체어 시설은 완전 싸구려 숙소가 아닌 이상 어느 정도 다 가능했다. 나는 손품을 팔고 팔아서 1박 16만원에 방에서 폭포가 보이는 곳을 예약했다.

눈과 비가 함께 내리니 조심해서 나이아가라 폭포의 숙소에 드디어 도착을 했다. 눈이 꽤 많이 쌓여 있었는데, 생전 눈 구경하기 힘든 촌스런 부산 사람인 우리 가족은 신이 났다.

특히 아이들은 눈을 보자 폴짝폴짝 뛰고 난리가 났다. 숙소 방에 올라가기도 전에 눈사람부터 만들겠다고 난리인 애들을 달래서 숙소로 일단 왔다.

숙소 한 쪽 창으로 보이던 나이아가라 폭포, 확대까지 한 사진. ⓒ박혜정

우아~ 숙소 전면으로 폭포가 보이는 뷰는 아니었지만, 방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였다! 사실 나는 2006년 미국에 몇 개월 있을 때, 어학원 친구들과 미국 쪽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왔었다.

이번엔 캐나다 쪽 뷰의 나이아가라 폭포라서 조금 다르기도 하고, 남편과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는 걸 보니 나도 감격스러웠다.

짐을 대강 정리하고 저녁도 먹을 겸, 아이들의 로망,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정말 추운 줄 모르고 한 시간이나 밖에서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다. 토론토는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눈만 있어도 너희들은 놀겠구나~ㅎㅎ

근처에서 게임도 즐겁게 하며 몸을 녹이고, 스카이휠 관람차를 타고 올라간다. ⓒ박혜정

다음 날 일정은 당연히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가는 것이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⓵ 폭포가 보이는 숙소에서 아주 조용히 즐기는 방법

⓶ 스카이론 전망대에서 보는 방법

⓷ 폭포 근처까지 이어진 관람로를 통해 보는 방법

⓸ 혼블로어라는 큰 배를 타고 가장 폭포 가까이로 가서 보는 방법

⓹ 스카이휠 이라는 관람차를 타고 보는 방법

⓺ TV 방송에서 소개되었고 비싸지만 헬기를 타고 보는 방법

⓻ 폭포 근처에서 짚라인을 타고 즐기는 방법 등이 있다.

나는 ⓶, ⓷, ⓸의 방법은 지난 미국 쪽 나이아가라를 왔을 때 해봤었다. 이번엔 ⓵, ⓹의 방법으로 폭포를 즐기고, 제일 대중적인 ⓸ 혼블로어 배타고 가까이서 즐기기는 우리 가족과 또 할 생각이었다. 헬기를 타기엔 비용이 너무 비싸고, 짚라인은 나와 우리 가족에겐 맞지 않았다.

우선 캐나다 쪽에만 있는 ‘스카이휠’ 관람차를 타러 갔다. 난 사실 추위를 별로 안 타는데도 토론토의 초겨울은 너무 추웠다. 정말 꽁꽁 싸매고 와도 추웠다.

주변의 놀이 시설, 게임 시설이 있어서 몸을 녹일 겸 아이들과 좀 놀고, 드뎌 스카이휠 관람차를 탔는데, 우어~ 난방이 되는 거다! 그러나 10여분의 관람차 탑승은 너무 짧기만 했다. 53m 높이의 관람차에서 온 사방으로 보이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전경은 웅장하고 신비롭기만 했다.

드디어 혼블로어 배를 타고 폭포 가까이,빨간 우비를 입고 폭포를 느끼던 추억은 오래도록~ ⓒ박혜정

폭포를 위에서 봤으니, 이제는 폭포 아래로 들어가 볼 차례다. 혼블로어 배를 타고 폭포 제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미국 쪽에서 볼 수 있고, 캐나다 쪽에서 볼 수도 있다.

미국 쪽은 파란색 우비를 입고, 캐나다는 빨간색 우비다. 미국 쪽에서 보는 것보다 캐나다 쪽이 폭포가 더 다양하게 보인다고 들었고, 실제로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근데 막상 배를 타고 폭포 근처에 들어가면, 폭포 전체가 잘 보이지는 않고 온통 물벼락을 맞는 기분이어서 솔직히 폭포를 감상하기엔 어딘가 높은 곳에서 보는게 더 웅장한 것 같다.

그렇지만, 색깔 우비를 입고 나이아가라 폭포 아래 있다는 느낌과 기분만은 오래도록 남는 기억이 될 것이다.

랍스터 맛집에서 맛있게 먹고 렌터카를 반납했다. ⓒ박혜정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저렴하게, 그래도 알차게 즐기고 다음 날은 주변에 둘러볼 곳을 좀 보고, 토론토 시내 쪽으로 이동했다.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 멀지 않은 곳에 랍스터 맛집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 앞에도 얘기했지만, 갑각류를 무지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맛있게 먹었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양이 적어서 4명이 항상 2인분만 시켜서 먹고, 모자라면 1인분 정도 추가해서 먹기 때문에 밥값이 좀 덜 드는 편이다. ㅋㅋㅋ

렌터카를 반납하고는 토론토 지하철을 타고 에어비앤비 숙소를 좀 헤매며 찾아 왔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닌 에어비앤비 숙소는 시설만 되면 저렴하게 묵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시설이 안되고, 더 비싸서 차라리 시설이 되는 여인숙(?) 수준에서 숙박했다.

오래된 주택 2~3층이었음에도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박혜정

이번 토론토는 방은 좀 작아보였지만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자기 집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고 했고, 가격이 저렴해서 4박(1박에 7만원)을 예약했다.

토론토 지하철 역에서 길만 알면, 휠체어 밀고 10분 정도 주택가로 들어와서 찾을 수 있었다. 옥탑까지 3층인 주택의 입구는 계단이 있지만, 오른쪽 주차장 쪽 문으로 경사로가 되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정말 휠체어 리프트가 있었고, 방은 사진에서 본 것 같이 정말 좁긴 했다. 방이 좁은데 더블 침대가 두 개~ 그래도 더블 침대가 두 개라서 우리 4명이 충분히 잘 수 있었다.

다행히 화장실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미국과 캐나다의 욕실은 변기에서 샤워를 하면 물이 빠지는 하수구가 없다. 샤워는 그래서 욕조에 들어가서 물은 받지 않더라도(물을 받으면 나는 다리만 둥둥 떠서 중심잡기가 더 힘들었다) 방석을 깔고 한다.

대체적으로 욕조 높이가 우리나라 높이의 2/3 이하여서 들어갔다 나오는 건 흉추인 나는 가능하다. 안되면 남편의 도움을 좀 받으면 된다.

그러나 좁은 방에 더블 침대가 두 개이니 주방 도구를 놔둔 곳으로 휠체어가 갈 수 없어서 전자레인지 사용이나 물건을 가지러 가는 것은 모두 남편이나 애들이 해야 했다.

방은 사진에 보이는게 다일 정도로 정말 좁았지만, 화장실은 다행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었다. ⓒ박혜정

몸이 불편하면, 여행가서 불편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은 더 들게 마련이다. 물론 고가의 호텔에 잘 마련된 장애인 객실에 묵으면 좋겠지만, 나는 그럴 돈도 없고 숙박에 돈을 그렇게 쓰는 건 정말 아깝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꼭 고가의 호텔이 아니라도 장애인 객실이 있는 곳이 많고, 만약 시설이 안되어도 그 상황에 맞게 되는대로 해보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의 묘미를 즐기면 된다는 생각이다.

내가 지금 쓰는 여행기는 모두 남편이 있으니 크게 불편하지 않게 남편이 도와주고, 작은 것들은 아이들이 도와주니까 당신은 그나마 여행을 할 수 있었겠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좋겠다.

계속될 행복한 여행 ♡ 기대 많이 해주세요~ ⓒ박혜정

남편 없이 어린 애들을 데리고 나 혼자 갔던 여행도 꽤 있었고, 정말 온전히 나홀로 갔던 여행도 했었다. 그 때는? 할 수 없거나 힘든 일은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남편처럼 가족이나 편한 사람과 여행가서 타인의 도움을 안 받으면 편하고 좋지만, 그게 안되는 상황이면 누구에게든 도움을 받으면 된다.

그렇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용기로 여행을 해내고 나면 자신감 뿜뿜이 되고, 더 많은 추억이 분명히 쌓인다.

또, 나도 언제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두려워하지 말자! 그러면 행복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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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칼럼니스트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 현혜(필명), 박혜정입니다. 1994년 고등학교 등굣길에 건물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중증장애인으로 그래도 씩씩하고 당당하게 독립해서 살았습니다. 1998년부터 지금까지 혼자, 가족, 친구들과 우리나라, 해외를 누비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또, 여성 중증 장애를 가지고도 수많은 일을 하며 좌충우돌 씩씩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육공무원으로 재직했고, <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를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 글 쓰는 휠체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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