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Dyslexia)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와 함께 학습장애에 속한다. 장애인복지법상 장애로 인정되지 않아 각종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단지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될 수는 있으나, 부모들도 장애를 밝히기를 기피 하기도 하고, 교육대상자 심사에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교육부에서는 학습장애로 분류하기는 하여도 난독증이라는 구체적 장애로는 조사를 한 바가 없고 통계를 내거나 필요한 서비스를 연구한 바가 없다. 그래서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서 난독증 장애인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하여는 아는 바가 없다.

학부모들을 통해 난독증이 학습장애로 인정되어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사례를 알아보니 겨우 두세 건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도저히 일반 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하여 교육 당국에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 결과다.

난독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거나 필요한 서비스가 존재할 것인데, 이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어 단지 학습장애로 분류만 할 뿐, 적기에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특수교육의 효과를 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치과의사에 의해 독서지도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난독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필요한 부분 외에는 가려주거나, 한 줄이나 한 단어씩 화면에 제시하거나 밑줄을 쳐 주는 등의 독서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교육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도 있지만 난독증을 위해 제대로 보급되지는 못하였다.

외국의 난독증 통계에 의하면(www.dyslexia-reading-well.com) 국민의 약 15%에서 20%가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난독증 인구는 3천만에 이르지만, 2백만 명 정도가 자신이 난독증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6백만 명, 캐나다는 약 3백만 명의 인구가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학생 중에 난독증임을 몰라서 학습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완전 학습을 실패하고 있음에도 그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미국에서는 난독증 장애인을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난독증은 유창하게 읽지 못하고 철자를 정확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느리게 읽는 경우도 포함된다. 뇌의 기질적 원인에 의한 신경발달장애임이 최근 밝혀졌다. 즉 좌뇌의 읽기와 관련된 구조적, 기능적 이상으로 음운처리능력이 저하되거나, 문자를 소리와 연결하여 의미를 생성하는 능력에서 이상을 보이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노력 부족이라거나 머리가 나쁘다고 꾸중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메이슨 버틀이 말하는 진실’이란 소설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다. 주인공 메이슨은 철자 맞히기 대회에서 Stopped(정지된)이란 단어를 Spoopid(엎드린, 바보같은)라고 답한다. 친구 맷이 셔츠에 stoopid라고 써서 메이슨의 사물함에 넣는다. 메이슨은 키가 반에서 가장 크고, 발한증이 있어 항상 땀을 흘리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어 바보라고 쓰인 옷을 입게 된다.

학교에는 특수교육을 돕는 교사가 있고, 사회복지사 교실이 있다. 사회복지사 블리니 선생님은 조심성이 없어 무엇인가 엎지르기를 자주 하는데, 반짝이를 쏟자 문패를 Swoof(덥치다, 기습하다, 저항하다)라고 고쳤다. 이로 인해 메이슨은 교실 찾기가 쉬워졌다.

블리니 선생님은 메이슨의 셔츠를 보고 쓰인 글씨 위에 테이프를 붙이고 다시 “상자 밖으로 나와서 생각해, 할 수 있겠니?”라고 써 주셨다. 생각의 전환을 의미한 것이다. 마음이 넓고 열러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상자 밖으로 나와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메이슨은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졸지에 잃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 베니는 아버지가 둘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림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과수원 주인이었던 메이슨 가족은 개발자에 의해 상당한 과수원 땅을 팔았고, 메이슨과 베니가 자주 나무집에서 놀았는데, 어느 날 베니가 나무집 아래에 떨어져 싸늘한 죽음을 맞는다.

블리니 선생님은 음성인식 워드 프로세서를 이용하여 글을 쓰도록 메이슨에게 가르쳐준다. 그 프로그램 이름은 드레곤이다. 난독증이라 글을 쓸 수 없었던 메이슨은 자신의 생각과 베니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나는 글들을 컴퓨터의 힘을 빌려 적기 시작한다. 글감을 드레곤의 먹이라고 표현한다.

메이슨은 난독증을 이렇게 표현한다. 기분에 따라 색상이 눈앞에 나타나는데 행복할 때에는 분홍, 혼란스럽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녹색으로 나타난다. 글을 읽을 때에는 글자가 흐려지고 불룩 튀어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녹색으로 칠해져서 엉망이 되어 읽을 수 없다고 한다.

머리가 하얗고 키가 작은 캘빈이 새로운 친구가 되어 메이슨과 친하게 되는데, 맷과 랜스는 항상 둘을 뒤쫓으며 사과를 던지고 공으로 맞히거나 스틱으로 찌르는 등 괴롭히며 놀린다. 땅꼬마, 멧돼지 하면서.

메이슨이 스키를 타다가 실수로 맷의 집으로 미끄러져 살림이 부서지자 메이슨은 맷의 집 반려견 무니를 돌봐주기로 한다. 메이슨의 당당함이 엿보인다. 메이슨을 잘 따르는 무니를 돌보는 것은 메이슨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맷의 집 반려견이라 마음은 불편하다. 더구나 무니가 집을 나와 거리에서 메이슨을 만나면 자기집 반려견을 훔쳐 갔다고 더욱 괴롭힌다.

베어드 결창 아저씨는 베니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무엇인가를 의심하며 메이슨에게 더 많은 진실을 말할 것이 있지 않느냐며 노트를 주고 무엇이든 생각나는 대로 상세하게 적어 놓으라고 요구한다. 적을 수 없어 괴로웠던 메이슨이 드레곤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캘빈이 친구들에게 쫓기는 것을 보고 메이슨의 집으로 같이 도망쳐 오게 되고, 둘은 폐허가 된 지하 저장고를 은폐하여 피신처로 삼는다. 가시덤불 속에 숨겨진 저장고를 라스코 동굴을 본 따서 오로크스(거대한 황소의 조상)과 죽은 자를 그리고 지붕에 관을 꽂아 채광창을 만들어 빛이 죽은 자를 비추게 한다. 죽은 자는 베니가 빛을 따라 천국에 간다는 말에서 방상한 생각이다.

에널리세타는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손동작이 불편하여 드레곤을 사용하는데, 늘 상냥하고 이해심이 많다. 부딪혀 넘어진 에널리세타를 일으켜주려고 하자,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돕는 것은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바퀴가 잘 구르지 않아 보행기 바퀴 손잡이를 느슨하게 해 주는 도움은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 고맙게 도움을 받겠다고 한다.

메이슨 삼촌은 식당에서 식사 값을 갚지 못해 울고 있는 샤일린 누나를 집에 데려오는데, 무의도식하며 삼촌이 준 카드로 쇼핑광이 되어 메이슨에게 택배 심부름을 시키며 잔소리꾼이 된다.

메이슨과 캘빈이 연못에서 놀다가 맷과 그의 친구들에게서 쫓기게 되는데,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각자 흩어져 도망하기로 한다. 그런데 캘빈이 증발해 버린다. 경찰이 수색대를 조직하여 찾았으나 헛수고다. 메이슨이 저장고를 가 보았으나 찾지 못한다. 그러다가 다시 저장고를 찾아가서 채광창을 내기 위한 관 속에 끼어 있는 캘빈을 발견하게 된다. 캘빈은 쫓기어 다친 것을 갑자가 관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져서 게임에서 이겼다고 말한다.

저장고는 위험하다고 하여 허물어지지만, 오로크스 그림은 벽으로 남아 과수원을 향하게 된다. 동굴에서 살아나온 메이슨으로 상징된다. 반려견 무니의 사료를 너무 높은 곳에 두어 내려달라는 맷의 어머니의 부탁으로 사료를 내리다가 맷이 왜 거기 있느냐며 질색하는 모습을 보게 되며, 그곳에서 메이슨의 물건 톱을 발견하게 된다.

경찰이 메이슨을 2년 간이나 의심한 것은 베니의 죽음이 나무집 계단이 잘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맷이 친구에게 자신이 베니를 괴롭히기 위해 사다리를 잘랐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친구가 실토하여 신고하게 되어 메이슨은 협의를 벗게 되고 그 동안 사람들에게 불편해 하는 눈길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메이슨 삼촌이 샤일린을 집에 데려온 것은 메이슨 어머니가 차가 자주 고장나서 도와달라고 한 것을 귀찮아서 피한 날 교통사고로 죽게 된 죄책감에서 데려온 것이었는데, 이웃으로부터 의심을 받아 의욕 상실로 살아가던 메이슨 가족은 샤일린도, 위탁보육으로 에널리세타도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같이 과수원과 사과 파이 가게를 하면서 새로운 분홍색 삶을 살게 된다.

이 소설에서 학교 사회복지사의 역할, 뇌성마비 장애인 등 친구들에게 놀림과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들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특히 난독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사과가 괴롭힘의 도구이지만, 과수원 운영으로 삶의 희망이 됨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보다 그것을 수용하고 살아가는 긍정적 태도를 아이들의 눈으로 보여준다. 이는 장애에 대한 자부심인 것이다. 평론가들은 가족의 복원이라 평하지만, 메이슨 가족이 아닌 맷의 가족 입장으로 보면 그 말은 맞지 않다.

영리한 캘빈과 둘만의 공간을 만드는 이야기, 메이슨의 새로운 기록 방식의 만족감, 친구들과 서로 도우며 우정을 나누는 장면, 흐르는 땀을 지저분하게 여기지 않고 받아들여 주는 주위 사람들, 저장소의 안락처가 사라져도 이제는 밝게 살수 있는 힘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은 친절 하나가 절실한 사람들이 있음과 과수원에 마지막 하나 남은 사과를 굴리며 무니와 놀면서 사과 하나에 눈과 코 심장을 집중하는 무니처럼 사랑하는 대상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혜롭다고 메이슨은 말한다. 그것이 메이슨의 진실인 것이다.

이 소설에서 사용된 사과, 오로크스 등 트릭들은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태도에 맞서는 장애인들의 진실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애를 보는 것은 진실된 모습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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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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