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산책길에서 직접 찍은 빨간색 옷을 입은 단풍잎. ⓒ이샛별

가을을 엄마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이번 여름에는 아이와 수영장을 자주 갔다. ‘수영할까?’ 엄마의 수어에 단박에 미소로 화답했던 아이의 모습은 어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 찾아왔다.

이번 여름에는 여름의 소리를 엄마에게 알려 준 아이의 모습이 선명했다. “엄마! 매미가 울어요!” “엄마! 저기 비가 와!” 단순히 아이의 목소리만 전한 이야기가 아닌 동작과 수어가 합쳐진 입체적인 표현에 나의 눈동자는 더욱 반짝였다.

주말마다 산책을 종종 나가는데 아이는 길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주웠다.

초록색의 잎과 갈색의 잎 등이 다양한 색의 잎들을 길 위에서 만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빨간색과 노란색을 입은 나뭇잎은 집 근처에서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동네 놀이터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나뭇잎을 아이가 발견해 나에게로 달려와 “엄마! 저기 빨간색 옷 입었어! 나뭇잎! 이리와 봐!” 발을 동동 뛰며 외쳤다.

수어로 “빨갛다+저기(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라고도 했다. 그렇게 반가운 산책길을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이에게 가을 동요를 들려줬다. 유튜브 영상을 나란히 앉아 보고 있는데 노래 가사가 귀여웠다. 마지 우리의 산책길을 표현한 것 같았다.

“풀섶에 곱게 물든 빨간 아기단풍잎

가을햇살 반가워 방긋이 미소 짓네

파란하늘 보고파서 고개 내밀다

가을햇살 눈부셔 엄마뒤에 숨어요.”

그래서 나는 아이와 걷는 산책길이 제일 좋다. 제일 가까이에서, 제일 쉽게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가을’은 나뭇잎이 무지개처럼 여러 색깔의 옷을 입는 날이라고.

어른에 비해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다양한 아이들에게 더없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아이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교감해 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왜 나뭇잎은 색깔옷이 많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나뭇잎의 색깔이 어떻고 왜 다른가를 서로에게 주고 받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참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가을이 반갑기만 하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엄마로서 마음은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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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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