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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UN CRPD 권고 이행, 이제부터다

자폐인 포함 각 장애계 단체 등에 권고 관련 성과·아쉬움 존재

정부는 장애의 인권적 모델 채택·수립 등으로 협약 이행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16 10:30:49
장애인권리협약 대한민국 제2·3차 병합국가보고서 심의 후 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최종권고를 내린 내용 중 일부 내용들의 영문 원문.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인권리협약 대한민국 제2·3차 병합국가보고서 심의 후 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최종권고를 내린 내용 중 일부 내용들의 영문 원문. ⓒUN 장애인권리위원회
대한민국 제2, 3차 병합국가보고서 심의 후 지난주 금요일 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최종권고를 냈다. 필자도 UN CRPD 사이트로 들어가 최종권고 내용을 봤다. 내가 자폐성 장애인이다 보니 먼저 자폐인 관련 우려와 권고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선 자폐성 장애인 관련한 우려엔 ▲정치권과 소셜미디어에 자폐성 장애인, 지적장애인 등을 포함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 부정적 고정관념, 편견, 반복적 증오와 비하 표현이 계속되는 점 ▲자폐성 장애인,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없이 위치추적장치 발부로 이들의 사생활 침해 우려 ▲여전히 의료적 손상에 기반한 특수교육을 받는 자폐, 지적, 정신장애 아동 등이 꾸준히 증가하는 점 등이었다.

또한, 자폐성 장애인 관련한 권고엔 ▲협약 이행 및 모니터링과 관련해 자폐성 장애인 등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단체의 의미 있는 참여를 보장할 것. ▲위치추적장치 시 자폐성 장애인, 지적장애인, 신경다양인, 정신장애인 사생활 권리 존중 및 이들의 동의를 받고 장치 발부할 것 ▲자폐성 장애인과 정신장애인과 관련해 국가 차원의 자살 및 실종 예방 전략을 채택·이행할 것 등이 있었다.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는 자기결정권 증진 일환이자, 협약에서 요구하는 거다. 이것 없이 부모 신청만으로 지적·자폐성·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의 동선을 위치추적장치로 알아낸다니 이들의 일거수일투족 감시 등 장애인의 사생활, 심지어 이동권까지 침해한다. 위원들도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입장을 3~4번 질의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자폐성 장애인 의사가 부모나 국가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등 자폐인은 정책·사회 참여에서 완전배제됨을 한 장애인권리위원에게 말했다. 그래선지 자폐성 장애인 포함한 모든 장애인단체의 의미 있는 참여 보장이란 권고가 들어간 것 같다. 앞으로, 이 권고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정책·사회에 참여하기 위한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자살 및 실종 예방 전략을 채택·이행하라는 권고가 있었다. 사실 자폐성 장애인을 자살로 이끄는 요인은 여기저기 깔렸다. 자폐성 장애가 있거나 장애 특성이 있다는 이유로, 입시 위주의 억압적인 학교문화 속에 자폐가 있는 학생은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어 왔고 필자도 이를 학창시절 심하게 겪었다.

필자가 정부심의 이틀 전 민간단체 비공개브리핑에서 발표했던 모습(좌측), 위치추적장치에 대해 질의했던 과테말라 출신의 로사 알다나(Rosa Aldana) 위원과 함께. ⓒ장애계 심의 대응연대,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필자가 정부심의 이틀 전 민간단체 비공개브리핑에서 발표했던 모습(좌측), 위치추적장치에 대해 질의했던 과테말라 출신의 로사 알다나(Rosa Aldana) 위원과 함께. ⓒ장애계 심의 대응연대, 이원무
대학교육 등의 고등(tertiary or higher)교육에 대해 자폐성 장애인은 접근이 쉽지 않고 이는 괜찮은 일자리 기회를 박탈당할 여지까지 높여준다. 결국엔 기껏해야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임금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게 되고, 요즘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선 결국 생활고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할 가능성을 높이게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자폐성 장애인에게 만연한 학교폭력과 고등교육 접근성 부재 등의 현실에 대해 장애인권리위원회 우려 사항에 들어가고 이와 관련해 학교폭력을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고,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증진하란 권고가 나오길 바라며 위원들에게 의견을 보냈지만 최종견해에 그런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 성과와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된 셈이다.

장애인거주시설 폭력과 관련해선 폭력이 만연하나 거주시설 내에 인권을 보호한다는 인권지킴이단 운영주체가 장애인거주시설이라, 거주시설의 인권 모니터링 메커니즘이 시설에 독립적이지 않아, 폭력 근절에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우려 사항에 언급되고 관련 권고가 내리길 바라며 의견을 보냈는데, 그것이 없어 좀 아쉬웠다.

성년후견제 등의 대체의사결정 제도 만연, 감금당하며 강제치료를 받는 현실, 정보 접근성 부재 등의 우려와 관련 권고가 정신·지적장애인과 관련해 언급되는 건 당연하나, 자폐성 장애인도 치료감호소 통해 강제치료 받고, 맥락에 따른 정보가 부재하다. 따라서 자폐성 장애인도 그 부분에서 언급됐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 역시 아쉬웠다.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는 다른 데도, 이를 같이 보는 우리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좀 그랬다.

고용과 관련해선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의 고용률이 낮고 중증장애인 2배수 고용제로 고용부담금을 줄이는 등 장애인고용의 회피수단으로 작용하는 점 등이 우려로 나오고 공공기관 증원 시 장애인의무고용률 준수를 증원사유로 인정하는 등의 장애인 고용의 양과 질을 증진하는 정책 시행 등이 권고로 나오길 바란다고 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것조차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한편, 위치추적장치와 관련한 권고 가운데도, 장애인 동의하에 장치를 발부하라는 권고에서 조금 마음이 걸린다.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을 배제하는 이 사회에서 이 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의 장애와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높지는 않기에, 사실은 장애인의 자유롭고 고지된 동의 대신 동의를 명목으로 자녀 의사를 묻지 않고 강제동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외에도 자폐인 관련 우려·권고에 대해 여러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다른 장애 영역도 그와 비슷한 건 있는 것 같다. 내가 말 반복하는 데서, 아니면, 위원들과의 소통이 조금은 원활하지 못한 것 등에서 자폐인 관련 권고가 그렇지 많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성찰하며, 좀 더 전략적으로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정부심의 후 한국장애포럼(KDF)이 주최한 ‘정부의 UN CRPD 이행촉구 기자회견’ 전경. ⓒ이원무 에이블포토로 보기 정부심의 후 한국장애포럼(KDF)이 주최한 ‘정부의 UN CRPD 이행촉구 기자회견’ 전경. ⓒ이원무
한편, 전체 장애인과 관련된 우려·권고 영역에선, 25조 건강에서 부실한 장애인건강주치의 제도운영과 높은 의료비 부담 및 의료비 지원 부족에 대한 우려와 권고내용이 전혀 없었다. 의료비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게만 지원되고, 그 외의 경우엔 의료비용이 상당한 경우라도 지원되지 않기에 이를 우려로 언급하고, 본인부담금상한제 등 장애인 의료비 경감 대책 마련 등의 권고가 내렸어야 했는데, 그게 없었다.

또한, 28조 적절한 생활수준과 사회적 보호에 관해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완전 폐지만 언급했고, 취업해 소득을 얻을 경우,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해 의료비 지원이 안 되는 등 근로동기 저하 요인으로 작용함을 우려로 언급하고 관련 권고내용이 나왔어야 했는데 이것조차 언급이 없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특히 장애인에게 왜 차별적인지를 차기 심의 때 위원들에게 상세히 알려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이외에도 23조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에선, 장애인 가족지원에 있어서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지원 부족만이 우려로 언급했다, 그런데 사실은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따른 가족지원체계이고, 장애인과 그 가족을 함께 통합한 지원체계가 아님까지 우려로 제시하고, 장애인 및 가족의 욕구, 삶의 질에 기반한, 다시 말하면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가족지원제도로의 재설계 등이 권고에 있어야 했는데, 그것 또한 없었다.

이런 아쉬움 속에도 의미 있는 권고들이 있었다. 장애아동의 경우, 자신들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는 메커니즘이 부재함을 우려하고, 관련 권고로 장애아동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 표명·구성하도록 보장하되, 장애아동 발달능력을 존중하는 메커니즘을 수립하라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장애아동이 권리 주체이기 위한 보장조치 수립을 권고로 내린 것이다.

최근 코로나 시국과 관련해선, 장애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불균형적으로 영향받으며, 긴급한 정보와 장비에 접근 시 장벽을 경험함을 우려한다면서, 긴급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한 적절한 지원대책 채택 및 코로나19 대응과 회복 계획에 장애 주류화 등의 권고를 내렸다. 시설의 코호트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장애인의 코로나 감염이 확산된 점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조치가 담긴 권고기에, 이 역시 의미 있다고 본다.

정신장애인과 관련해선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편적 복지서비스 체계에 정신장애인이 배제됨을 우려(원래는 장애인복지법 15조 개정이 정신장애인 배제한다는 내용이 잘못된 내용이라 수정하려 했지만, 무산됐음)했다. 이에 정신장애인이 보편적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포함되도록 하라는 권고를 내렸는데, 정신장애인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 이 역시 의미 있었고 정신장애인 관련 권고가 다량으로 나온 건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또한, 장애인이 사법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누릴 수 없도록 하는 제한이 지속됨에 우려를 표하며, 관련 권고 중에선 하나로 장애인의 법조계 진출을 위한 조치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개별화된 지원책 마련이 있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의 주인공 우영우가 판타지가 아닌 제2, 제3의 우영우 변호사 배출이 현실이 되기 위한 권고를 내렸고, 이를 통해 이전보다 장애 감수성 높은 판결로 가기 위한 일환이라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ENA채널 에이블포토로 보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ENA채널
그밖에도, 이전에 권고가 내려졌지만, 아직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건물과 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이 아직도 건축시기와 바닥면적에 따라 제한적이라 이와 관련해 모든 시설과 건물에 대해 접근이 가능하도록 국내법을 개정하라는 권고가 있었다.

또한, 장애등급제가 6개에서 2개로 개편되었음에도, 장애등급제 포함해 장애에 대한 의학적 모델이 여전히 당사국에 만연한 현실을 우려하고, 장애 인권적 모델의 원칙으로 대체해 장애인에 대한 법적·환경적 장벽의 파악과 자립생활 및 완전한 통합 증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제공을 목적으로 한 장애판정제도의 재설정을 권고로 내렸다.

마지막으로 탈시설과 관련해선, 장애인에 대한 지속적인 시설화와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과 활동지원서비스 포함한 필수적 서비스 제공에 대한 예산과 다른 조치 부족 등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단체와의 협의 하에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검토해 장애인권리협약에 부합되도록 하고, 충분한 예산과 기타 조치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삶의 계획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인식제고 활동 및 지역사회 통합 가치와 지역사회로부터의 분리에 반대하는 원칙을 포함할 것 등을 권고했다.

나름대로 각 장애 유형마다, 장애계 단체마다 성과와 아쉬움은 다들 존재할 거다. 그럼에도 이제 장애인권리협약 제2·3차 병합국가보고서에 대한 심의를 통해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가 내려졌다. 이제,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단체, 시민단체들은 권고를 기반으로 장애인의 권리증진 요구를 당사국인 정부와 지자체, 사법부 등에 하게 될 것이다.

권고는 사실 법적 구속력은 없어 정부가 권고를 무시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비준한 국제협약인 장애인권리협약은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기에 협약과 관련해 권고가 내려졌으면 권고를 지키기 위해 정부는 모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책임이고 의무다.

권고가 내려졌으니 이제 권고 이행은 정부 몫이다. 아직도 대한민국 정부엔 장애의 의료적 패러다임이 만연하고 현 정부는 인권 감수성이 상당히 떨어져 권고를 밥 먹듯 무시할 것 같지만, 그래도 장애인의 권리증진을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장애의 인권적 모델에 따른 제도 채택·수립을 이제부터라도 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장애인들의 절규는 계속될 것이고 장애인은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다.

정부의 UN CRPD 권고 이행,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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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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