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가는 길마다 아이와 함께 약속을 하루에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어제는 ‘엄마가 퇴근하고 오면 편의점에서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 먹기’를 이뤘고, 오늘은 ‘동네 슈퍼에 가서 각자 사고 싶은 물건 하나씩 사기’를 약속했다.

아이는 엄마가 퇴근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퇴근길의 발걸음은 몹시 분주해졌다. 퇴근하고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길에서 아이는 아침에 말한 이야기를 기억해 내며 나에게 다시 말해 주었다. “그래, 그럼 가자!”라고 대답하는 내 목소리와 ‘가자’라는 수어에 아이는 이내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아이와의 약속에 얼마나 무게감이 있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한 약속 하나에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싶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의 마음에도 엄마와의 약속이 지켜질 때마다 신뢰가 생기기도 하니, 반성할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약속 하나에도 공감과 소통이 필요했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 다시 배웠다.

엄마의 퇴근 시간이 늦어져 미처 지키지 못했지만, 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도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와의 신뢰감을 지키기 위해서 아이와 마주 앉아 눈맞춤으로 엄마의 이유를 알려주었다. “오늘은 하지 못했지만 내일은 꼭 같이 하자!” 이렇게 우리의 약속은 쌓이고 풀어나가는 일의 연속이었다.

아이의 건강한 가치관 형성을 위해 약속의 힘은 물론이고, 어떻게 지켜 나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 가운데 아이가 어떤 규칙과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옆에서 공감해 주는 역할은 곧 부모라는 것이 더욱 무게감이 들었다.

몸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가치관을 가져야 사회에 나가서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도 지킬 수 있는 약속 하나를 아이와 함께 한다. 엄마의 출퇴근길 그리고 어린이집 등하원길에서 만들어진 약속 하나로 우리는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약속해, 엄마는 네가 더 행복할 수 있게 열심히 살게.”

“약속해, 나는 엄마가 더 행복할 수 있게 열심히 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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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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